[서울시, 컨벤션 산업 육성 왜?] 굴뚝없는 '노다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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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에서 동쪽으로 1백40km쯤 떨어져 있는 휴양도시인 다보스.70년대초만해도 스키장으로 관광객을 불러 들이는 산골마을에 불과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시가 됐다.
특히 매년 1월말이면 세계의 눈과 귀가 다보스로 쏠린다.
다보스포럼으로 더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연차총회가 이때 열리기 때문이다.
통상 닷새동안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주최측이 올리는 수익은 4천4백만스위스프랑.약 4백22억원이다.
하루로 치면 약 84억원이다.
포럼 주최측이 참가자들에게 받는 연간 회비와 참가비 수익만 이 정도다.
호텔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숙박료 수입을 올린다.
다보스 인근의 관광 관련업체들도 포럼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보스는 포럼 하나를 잘 키워 노다지를 캐고 있는 셈이다.
다보스포럼과 같은 국제회의가 스위스에선 연간 3백22회(2003년 기준) 열린다.
미국에선 연간 1천68건,프랑스 6백47건,독일 4백87건의 국제회의가 개최된다.
한국에선 1백60건의 국제회의 가운데 절반정도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시는 26일 컨벤션 산업발전 협력체제 협정을 체결하면서 컨벤션산업을 질(質)·양(量) 측면에서 선진 외국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굴뚝없는 산업이면서 부가가치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제조업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
공장 지을 부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장동력 산업 없이는 대도시 명맥을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형 산업육성이 절실한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금융 정보기술 패션산업에 이어 컨벤션 산업을 서울형 산업으로 꼽고 적극 키우도록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컨벤션 산업의 부가가치는 통계로 입증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컨벤션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한국을 찾은 컨벤션 참가자의 1인당 지출액은 3천5백92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1.9배다.
국제회의에 3명을 유치하면 승용차(1천6백cc급) 1대의 수출액과 맞먹는다.
국제회의에는 '고급손님'들이 주로 참가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분석이다.
세계경제포럼을 통해 다보스가 세계에 알려졌듯 서울에 세계 수준의 국제회의를 많이 유치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도 컨벤션 산업 육성 배경으로 꼽힌다.
컨벤션 산업 발전의 핵심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관련업체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어떤 회의를 유치하고 어떤 유명 인사를 초청할지는 전시기획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호텔 항공 대중교통 통·번역 관광업체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국제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해외에서 국제회의 유치전을 벌일 때 서울을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세련된 홍보물을 제작할 인력도 필요하다.
김진만 서울시 마케팅기획팀장은 "지금까지 별개로 움직이던 국제회의 관련업체나 기관,대학을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컨벤션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며 "앞으로 참여업체나 기관이 협의해 각각의 역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