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글로벌 부품기업‥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근부회장>

지난해 전 세계에서 1백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낸 기업은 8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 중 제조업체로는 도요타와 삼성전자가 해당된다. 마침내 국내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백억달러 클럽'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부품소재산업인 반도체,LCD 등 전자부품에서 최고의 기술을 선도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근래에 세계 최대 전자산업 메카인 도쿄의 아키하바라가 일본전자산업의 쇼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Made in Japan'의 진열대는 줄어드는 반면에 'Made in Asia'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겉만 보는 섣부른 판단이다. 'Made in Asia' 제품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일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다양한 부품소재를 만드는 세계 1위 기업만 5백여개에 달하는 부품 강국이다. 이 때문에 지난 50년 간 한번도 무역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03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수출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명차를 만들 수 있는 힘은 보쉬,지멘스 등 세계최고의 부품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컴퓨터,휴대폰의 핵심부품인 MPU,소프트웨어 등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소프트웨어도 알고 보면 제품기능을 발휘케 하는 아이디어로 부품소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사실 독일과 미국의 전자산업은 몰락했지만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인 자동차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육성했기에 국민소득과 무역흑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조립제품분야에서 다소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자부품 소재에서 철옹성같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부품소재산업이나 소프트웨어를 육성하지 않으면 선진국도 미래도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부품소재산업은 특허가 농축된 기술집약형이고,주로 중소기업이 담당하다보니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공동연구개발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전자부품연구원(KETI)이나 자동차부품연구원(KATECH)을 통한 정부의 획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첫 골을 터뜨렸으니 이제는 두 번째,세 번째 골이 나와야 한다. 월드컵에서 한 선수에 의존해 8강,4강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듯이 전자부품,자동차 부품 등에서도 대표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대 전자부품기업,20대 자동차부품기업들이 글로벌 서플라이어로 육성되도록 선택과 집중전략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