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적부담 줄여 소득개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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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영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 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신용불량자 수,신용카드 연체율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하락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구당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4백만 신용불량자가 금방 사라질 수는 없지만 신용버블이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소비에 대한 여력을 회복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대다수의 기업이 전년도에 비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60% 이상의 기업이 금년도 투자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기대심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부동산시장도 전반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실물지표는 아직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의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금년 상반기는 어렵더라도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대감이 '지금쯤은 좋아지지 않겠는가'하는 막연한 희망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경기 회복으로 연결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냉철한 상황 인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첫째,금년도 세계경제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는 등 수출 여건이 악화돼 수출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소비와 투자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이 4%에 휠씬 못 미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의 고용 유발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은 경제 환경에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 성장잠재력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소비와 투자의 침체 원인을 살펴보면 소득계층과 기업 규모에 따라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저소득층은 소득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가계부채와 각종 부담금을 줄여 실질소득을 증가시켜야 하지만 고소득층의 경우는 심리적 불안감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은 이윤을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빈사상태에 빠진 중소기업은 섣부른 보호보다는 지금을 체질 개선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가능성 있는 기업을 걸러내고 한계기업의 퇴출 또는 인수·합병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용해 경기순환적 측면의 불황으로부터 벗어난다 하더라도 구조적 측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은 지속적이기 어렵다.
2만달러 경제구조에서는 자원의 양적 투입에 의존한 부의 축적이 가능하지 않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고용시장의 고도화를 초래해 과거 제조업이 주도하던 시절의 대규모 고용은 불가능하게 됐다.
양질의 고생산성 노동력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통해 고용이 유발되는 구조적 조정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셋째,시장경제의 틀을 벗어나거나 경제적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사업 또는 정책의 추진은 결국 실패하거나 실효성이 없다.
경기 회복 지원은 경제시스템 효율성 제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상반기에만 사상 최대인 1백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실체는 없이 소문만 무성하다.
종합투자계획이 아무리 화려해도 철저한 경제성 분석에 기초한 민간기업의 주도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막대한 국가 자원의 낭비와 큰 후유증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정부가 행한 무분별한 내수 진작책이 오늘 우리경제에 어떤 고통과 부담을 초래했는지에 관해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