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갓끈' 맬땐 가려서

'사랑의 빨간 열매'로 더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회관 마련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웃돕기 공익법인인 모금회는 최근 서울 정동에 위치한 6층 빌딩을 매입해 다음달 26일 입주를 목표로 막판 공사를 하고 있다. 매입가는 2백60억여원.지난 98년 복지부가 모금회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하면서 내준 법인 준비금 3백31억원 중 2백20억원을 썼다. 취득세,리모델링 등 모자란 비용 40억원은 대기업 2곳으로부터 기부받았다. 문제는 이 기부금이 모금회가 주관한 연말연시'이웃사랑 캠페인'동안 해당 기업들이 낸 돈의 일부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회 공간 마련에 '전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금회측은 "지난해 중순 기업들에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취지로 협조를 구했고 기업으로부터 연말 기부 때 일부를 지정기탁받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모금회측 형편도 이해는 간다. 현재 모금회는 서대문 인근 빌딩 한켠을 빌려쓰고 있다. 사무실 공간이 워낙 좁아 직원 책상 들여놓기만도 벅차다. 회관을 마련하면 임대비용 등 연간 3억원을 아낄 수 있는 데다 사회복지센터로서의 구실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캠페인 기간에 회관건립 비용을 '녹여' 거둔 속사정도 짐작못할 바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야 이왕 하는 기부 연말연시에 집중해 화끈한 '스케일'을 내보이고 싶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금회가 자체 용도로 외부 협조가 필요했다면 이웃돕기 캠페인과는 별도로 기부받는 것이 명쾌했을 터다. 오랜 불황 가운데서도 지난 겨울 모금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나눔문화가 뿌리를 내려가는 시점에 석연찮은 불신이나 의혹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자고로 선현들은 배 떨어질 즈음에 날 생각 말고,오이밭에서 허리를 굽히지 말며,오얏나무 아래선 갓끈 고쳐맬 엄두도 내지 말라 일렀다. 국민들에게 '나눔'과 '기부'를 설득하는 기관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엄정한 도덕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명심해야 할 터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