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체질개선 해법은?" 좌담회

지방공기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공기업 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서비스 질(質)은 국민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감사원이 제3섹터 38개사를 감사한 결과 76%가 만성적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공동 주관한 지방공기업 혁신대회에서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했을때 살아 남을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10대 경영혁신지침과 함께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하경은 김승규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사장,이동구 대구의료원 원장,안용식 연세대 교수(한국지방공기업학회장),문원경 행자부 차관보를 초청해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지방공기업 체질개선 방향'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김철수 사회부 기자)=공기업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가지 축이 근간입니다. 그러나 적자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실패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원경 차관보=결국은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우선 사기업에 비해 인적 구성이 뒤집니다. 사실 지방공기업 주요 자리에 퇴직 공무원이 적지 않습니다. 또 우수 인력 유치도 쉽지 않습니다. 예산과 재정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파격적인 봉급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죠.조직 운영도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인력 보충 얘기부터 먼저 합니다. 해법은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책임경영을 시작으로 모든 분야에서 혁신시스템을 갖춰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 및 성과주의를 추진하고 직원들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도 필요합니다. ▲김승규 사장=SH공사는 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을 위해서는 많은 인력을 충원해야 하지만 필요 인력의 56%선 정도만을 정규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줄어들었을 때도 생각해야 되니까요.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설계 등 주요 업무까지 아웃소싱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적극적인 태스크포스팀 운영을 통해 기존 조직 활동영역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동구 원장=의료원의 효율성은 다른 공기업과 차이가 납니다. 쪽방 거주자,탈북자,외국인 근로자,성폭력 피해자 등 소외계층을 돌보는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업무는 공공성,경영은 기업성'이라는 모토를 갖고 경영을 합니다. 직원의 사고를 기업화하고 공익성을 위해 스스로 허리끈을 졸라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지방공기업은 제한적인 시장 속에서 수익성과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익과 공익 중 어디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할까요. ▲안용식 교수=어느 한쪽에 치중하다보면 다른 한쪽은 죽게 됩니다. 얼마 전 어떤 지방공기업 평가를 갔었는데 이 공기업이 수익을 위해 도로 유료화에 치중한 나머지 엄청난 주민 반발을 초래하고 있었습니다. 어렵지만 조화가 필요합니다. 또 수익금을 시민에게 환원하려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사회=일부 공기업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능률면에서 민간기업에 비해 상당히 뒤진다는 평가입니다. 이유와 해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안 교수=지금과 같이 모든 자치단체에서 똑같은 지방공기업을 만드는 것은 낭비입니다. 지역별 특화전략과 연계해 해당 지역에 필요한 공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공기업의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적 소유개념이다 보니 주인의식이 결여돼 있습니다. 외부 CEO 영입 등을 통해 경영 전문화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도 문제입니다. 지금은 공기업 공단 제3섹터 등 서로 다른 경영 형태에 관계없이 하나의 법률로 사업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같이 기업 형태별로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공기업의 경영성과를 지자체 단체장의 성과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한 방법입니다. ▲사회=보통 3년 임기의 공기업 CEO가 노조에 끌려다니는 경우도 흔히 보는데요. ▲이 원장=노사간 신뢰가 중요합니다. 대구의료원은 지난 99년 모든 진료과장을 계약제로 바꾸면서 정년 보장을 없앴습니다. 반발도 많았죠.하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의 모든 경영내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신뢰를 쌓았습니다. 1년 정도 지나니까 전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석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글=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