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A 올 1조달러 넘을듯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미국 내 기업 인수·합병(M&A) 붐이 올 들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M&A 규모는 200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초부터 열기=연초부터 메가톤급 M&A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메트라이프가 씨티그룹의 여행자 보험 및 연금 사업부를 약 1백20억달러에 인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 협상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수일내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프록터앤드갬블(P&G)은 질레트를 5백70억달러에 인수키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M&A였던 스프린트와 넥스텔의 합병 규모(3백60억달러)를 넘어선 초대형 거래다. 통신업체 SBC와 AT&T 간 1백60억달러 상당의 합병도 31일 마무리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P&G의 라이벌 콜게이트가 배터리 업체인 에너자이저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레트를 인수한 P&G가 배터리 업체 듀라셀도 소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버라이존 벨사우스 퀘스트 등 미국 내 다른 통신업체들이 SBC를 견제하기 위해 장거리 전화업체 MCI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의 통신회사 알카텔과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은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로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또한 몇몇 중국 기업들은 에너지 회사 코노코필립스를 1백60억달러에 매입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왜 급증하나=톰슨파이낸셜의 M&A 전문가 리처드 피터슨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향후 4년간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M&A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롭지 않은 M&A 절차,저금리와 풍부한 현금 등도 M&A 붐의 또 다른 원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위스는 "현재 S&P500 기업이 보유한 현금만도 6천억달러에 달하며,그 이외 기업까지 합하면 1조달러 이상의 현금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에 투자할 때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미국일자리창출법(AJCA)'도 M&A 열기에 한몫하고 있다. 피터슨은 "1월에 발표된 M&A만도 금액으로 벌써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올해는 5년 만에 다시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모투자회사(PEF)도 가세=최근 들어 몇 개의 PEF끼리,혹은 PEF가 상장사들과 공동으로 기업 인수에 참여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투자위험도 분산시키고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PEF들은 이렇게 해서 50억∼1백억달러가량의 자금을 모집,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 예가 영화스튜디오인 메트로골드윈메이어를 최근 4개의 PEF와 2개의 상장사가 공동으로 48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 거래에는 소니와 컴캐스트 등 2개의 상장사가 참여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