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3) 대학틀 다시 짜라

일본 국·공립대학의 통·폐합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일본 고교생은 대학에 지원할 때 대학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정도다. 올해만 해도 도쿄도립대와 도쿄도립보건대,도쿄도립과학기술대,도쿄도립단기대가 합쳐진 도쿄수도대학이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오사카부립대와 오사카여대,오사카부립간호대도 오사카부립대로 통합돼 문을 연다. 도야마대,도야마의과약과대,다카오카단기대는 10월 통합을 앞두고 있다. 또한 히로사키대·아키다대·이와테대,시즈오카대·하마마츠의대·사이타마대·군마대 등 30여개 대학이 통합 직전에 있다. 2003년까지 일본 27개 국·공립대가 13개로 이미 통합됐다. 2001년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 문부과학상이 국립대의 국제 경쟁력 재건을 위해 입안한 '도야마 플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는 '국립대 법인화' 작업으로 통·폐합이 잠시 주춤했지만 올 들어서는 벌써 13개대가 4개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으로 3년여만에 23개의 국·공립대가 사라질 전망이다. 사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법인 내 3개 대학이 2002년 오사카국제대학으로 합병됐다. 2003년에는 학생 모집난으로 경영 상태가 나빠진 릿시칸대학이 구레대의 사회정보학부로 합쳐졌다. 특히 일본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4월 국립대를 전면 법인화했다. 예산 교육과정 인사권을 대학 자율에 맡겨 대학은 학과 신설·폐지,정원 및 등록금 책정뿐 아니라 자체 수익사업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민간이 참여하는 '대학평가기구'의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대학에 차등적으로 예산(운영교부금)을 지원,대학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박백범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지원과장은 "일본이 대학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2009년부터 고교 졸업자와 대학 정원이 역전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런 역전 현상이 이미 2002년부터 발생하는 등 위기가 훨씬 심각하지만 구조개혁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중국은 21세기에 1백개 대학을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들겠다는 '211공정'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을 마쳤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각 지역에 흩어진 단과대를 종합대학으로 합치고 통합된 종합대학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1992∼2002년까지 10년간 7백33개 대학이 2백88개 대학으로 합병됐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98년 5월부터는 칭화대,베이징대,톈진대 등 10개 대학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 놓는다는 목표 아래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985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다. 국·공립대의 일부 캠퍼스를 민간기업 등과 합작해 '독립법인'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중화과기대의 '무창 분교'와 무한대의 '성시학원' 등이 그렇게 운영된다. 유럽 및 호주 대학들의 대학구조 조정 시점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있다. 노르웨이는 94년 전문대 98개를 26개의 주립대로 재편했다. 호주는 89∼91년 사이에 19개 대학교에 수십여개의 기술단과대학을 합병,대규모 대학교로 전환시켰다. 영국은 75년부터 96년까지 웨일즈대학 등 10여개 대학을 통합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거꾸로 가고 있다. 70년 1백42개였던 각종 대학이 올해 4백11개대까지 늘어났다. 98년 정부가 '국립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7년이 다 되도록 공주대와 공주문화대·천안공대의 통합 한 건만 성사됐다. 지난해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방안'을 내놓은 뒤 대학-대학 간(충남대-충북대,경상대-창원대)뿐 아니라 대학-전문대학 간(공주대-천안공업대),대학-산업대학 간(경북대-상주대,부산대-밀양대) 등 다양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교수들의 이해관계,지역사회나 동문 반발 등으로 한발자국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수들의 이기주의"라며 "심지어 신분을 10∼20년 뒤까지 보장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