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공부도 투자] 알면 고수익 모르면 '상투'


지난달 29일 토요일 오후 동양종금증권 여의도지점.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이지만 이 지점의 고객교육센터는 1백여명의 개인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이 증권사가 마련한 교육 강좌인 '코스닥 테마분석'에 참석하러 온 투자자들이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80평 남짓한 강의실의 70개 좌석이 동이 나 교육이 시작된 후에는 30명 가량은 선 채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된 강의는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거의 3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요즘 증권가에 거세고 불고 있는 투자자교육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새해들어 증시 활황과 일반투자자들의 복귀 움직임 속에 투자자를 위한 교육과 강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전국의 증권사 지점마다 열리는 강의에는 일반인들이 몰려들어 강의실은 항상 '학습 열기'로 뜨겁다.
증권사와 증권업협회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합치면 투자자들은 사실상 언제,어디서나 주식 및 재테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교육도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 교육이 일반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습관 교정은 물론 증권사의 고객 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윈윈 마케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교육 성황


증권사들은 종전 하루짜리 투자설명회 방식의 '반짝 교육'에서 벗어나 정기적이고 상설화된 교육 강좌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증권강좌인 '사이보스 증권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강좌가 개설된 서울 목동 고객지원센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원 30명인 강의실은 증권업계에서도 이름난 대신증권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인 'U-사이보스'와 시스템트레이딩에 대한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나 연일 발 디딜 틈이 없다.


삼성증권도 형식적인 투자강연회식 교육을 떠나 계층별 맞춤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장기·정석투자 습관을 길러주자'는 모토 아래 서울 수서동에 있는 상설 교육장(Fn Family Center)에 '행복투자교실'(주식투자 자산관리 선물옵션반)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2차례에 걸쳐 9백78명을 교육시켰다.


현대증권은 3개월 과정의 학기제 교육 과정인 'YouFirst 증권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시작,지금까지 모두 1천7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우증권은 1주일 과정의 '증권 아카데미'를 개설,고수들의 실전 투자기법을 듣고 상담하는 1대 1 방식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회 교육생을 20명 정도로 한정하고 있는데 지원자가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LG투자증권은 지난달 기초반·중급반·주말반으로 나눠 '눈높이 교육'을 실시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세(稅)테크 특별 강좌인 '재테크 skill up course'도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일반투자자 대상의 자산관리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반도 운영되고 있다.


동양증권은 1박2일짜리 합숙 교육을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재야의 고수들과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데려다 구체적인 투자사례 분석을 통해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방식을 알려주는 문답식 토론 방식으로 진행돼 인기 상한가다.


동원증권은 컴퓨터와 전화를 통해 전문가로부터 1대 1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재택교육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한화증권은 1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시스템 담당 전문가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맞춤형 출장교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은 미래의 투자고객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두차례씩 열고 있다.


◆증권사와 투자자 윈·윈 게임


투자자 교육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증권사와 고객간 '윈·윈 게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기존 고객 이탈 방지 수단으로 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주식투자의 기본원리에서부터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고수들의 투자비법까지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왕개미'로 불리는 개인 고수들이 속속 등장,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주식교육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윤재선 동양종금증권 여의도지점장은 "요즘 개인은 과거 벤처거품 시대의 '묻지마 투자'가 가져다준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종목분석과 선정을 증권사 직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하는 등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증권사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인 대상 투자교육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력을 갖춰 투자하겠다는 투자자의 욕구와 고객을 교육시켜 증시에 계속 남아있도록 하겠다는 증권사들의 바람이 교육 마케팅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