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 한국영화 신화는 계속된다


올해 설 연휴에는 한국영화 바람이 강하게 불 전망이다.


한동안 뜸했던 화제작들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외화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와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은 개봉 1주일도 안돼 관객 1백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 판결에 따라 3장면을 삭제한 채 개봉되는 '그때 그 사람들'도 화제작으로 꼽힌다.


한국영화에 맞설 외화로는 액션블록버스터 '콘스탄틴'이 가장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설 연휴에 맞춰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한다.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어드벤처 '피닉스',올해 아카데미 남녀 조연상 후보에 오른 로맨스 드라마 '클로저',우디 앨런 특유의 재치가 살아 있는 로맨틱 코미디 '애니씽 엘스' 등도 관객 잡기에 나선다.


◆공공의 적2
고교 동기동창인 검사와 사학재단 이사장의 한 판 대결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다혈질 검사 철중은 아버지의 죽음에 이은 형의 돌연한 사고로 재단 이사장에 오른 상우에게서 석연치 않은 냄새를 감지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구조를 과장해 묘사해낸다.
검사 역의 설경구와 범인 역의 정준호가 펼치는 연기 대결이 인상적이다.


◆말아톤


자폐증으로 정신지체를 지닌 청년이 마라톤을 하면서 조금씩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자폐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질책한다.


특히 주인공과 어머니 사이의 과잉보호와 자립의 함수관계를 세부적으로 조명한다.


주인공 조승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공동 주연 김미숙,감독 정윤철.


◆B형 남자친구


한동안 국내에 유행했던 혈액형 신드롬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혈액형으로 성격과 사랑을 파악할 수 있다는 가설에 따라 천방지축의 B형 남자와 '그의 밥'으로 여겨지는 A형 여자의 연애담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제멋대로인 주인공의 성격이 이야기의 추동력으로 작용하지만 뻔한 귀결점이 신선도를 반감시킨다.


감독 최우석.


◆콘스탄틴


팬터지 액션으로 꾸민 할리우드판 '퇴마록'.


악귀가 창궐하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악을 퇴치하는 '현세의 예수' 콘스탄틴의 활약을 그렸다.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뛰어나며 독창적으로 표현한 지옥의 풍경과 악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특히 벽을 뚫는 초능력 액션과 자동차사고 장면 등이 볼 만하다.


◆피닉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어드벤처.


거대한 모래폭풍에 휘말려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의 생존자들이 강력한 모래폭풍 및 잔인한 베두인족과 싸우며 부서진 비행기의 잔해로 새로운 비행기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한다.


'투모로우'의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했고 '애너미라인스'의 존 무어 감독이 연출했다.


◆애니씽 엘스


친구의 애인에게 첫 눈에 반한 젊은 극작가의 험난한 사랑 이야기.


일과 사랑으로 궁지에 몰린 남자 주인공과 신경질적이고 다루기 힘든 그의 여인에 관한 애정담이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은 신경쇠약 직전까지 가며 사랑하는 연인의 바람기에 상처를 입고 불륜을 즐기는 자신을 정당화한다.


감독·주연 우디 앨런,공동 주연 제이슨 빅스,크리스티나 리치.


◆클로저


네 명의 젊은 연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통해 사랑의 참모습을 조명한다.


사랑은 정교한 위선으로 포장할 때 지속되며 쓰디쓴 진실이 드러날 즈음 파탄에 이른다는 다소 자조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1960년대 걸작 '졸업'의 마이크 니컬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줄리아 로버츠,주드 로,나탈리 포트만,클라이브 오웬 출연.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