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운다] (6) 실패요인 분석해보니‥직관 의존한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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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발짝 뒤로 물러나 주위를 둘러봤다면 그렇게 무너졌을까요.중간에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렇게 큰 재앙을 가져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종열씨는 자신의 실패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우선 직관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한 게 문제였다.
평소 이씨는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자랑했다.
그러나 실제 회사를 경영할때는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결정은 이미 자신의 직관에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다음 통계자료는 이씨의 결정을 정당화하는데 사용했을 뿐이었다.
이씨는 "세상은 이쪽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저리로 흘러가라고 명령하는 식이었다"며 "먼저 나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앞서 주변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미래에 다가올 기업 위험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을 도외시 한 것도 뼈아픈 실수였다고 자인했다.
연구인력을 두거나 외국에서 경험자를 채용한 다음 서서히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유명기업 퇴직연구원으로부터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액연봉이 부담돼 거절했었다"며 "단순히 제지기계라고 해서 국내 제지기술자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무척 어리석은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오만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에 대한 과신이 몸에 배다 보면 주위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되고,이는 결국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에 몰입하다보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오로지 잘되고 있다'고 되새긴다"며 "경영자는 자신의 패기넘친 결정이 혹시 객기가 아닌지 항상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어느 순간 주위에서 경영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어려운 고비를 넘어가다보면 경영자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경영자의 판단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소위 '현혹효과'(Halo-effect)에 빠지게 되는데 이씨가 이런 경우였다"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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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자질
-주위 의견듣지 않고 직관력에 의존하는 자세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지 않는 자세
-변화시기를 제때 간파하지 못함
◆자원(인적·물적)관리
-주위 참모들이 CEO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
-재무판단 능력 부족
◆산업환경
-필터산업은 계속 성장세 보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문제
-필터여과지 사업에 대한 경쟁분석 결여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엔 쉽지 않은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