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설 민심 들어봤더니…] 호남권 대형 프로젝트에 '들썩'
입력
수정
설 귀성객들은 꽁꽁 얼어붙은 고향경제가 언제 풀릴 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 등지에서는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가고 있는데 반해 막상 지역경제는 여전히 한 겨울이기때문이다.
신행정수도이전,새만금사업,천성산터널공사 등 굵직굵직한 지역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사업지연 등으로 인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면서 오랜만에 가진 가족.친지 모임은 뜨거운 토론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은 '개발소외감'이 팽배해지면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전·충청권=신행정수도 이전과 대덕R&D특구 호남고속철 분기점 문제 등이 충청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충남도청 전직원들과 신행정수도 범충청권협의회는 신행정수도 홍보대사로 변신,귀성객들을 대상으로 각개전투식 홍보전을 펼쳤다.
△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 △대덕R&D특구 범위확대 △제2선수촌건설 등 굵직한 사업들을 놓고 시·군간 힘겨루기도 펼쳐져 귀성객들간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의 경우 대전 천안 오송을 놓고 3개 시·도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청북도는 대덕 R&D특구에 오송과 오창단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전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향 대전을 찾은 김기덕씨(50·서울시 송파구)는 "신행정수도 무산으로 허탈감에 빠져있는 만큼 정부가 하루빨리 수도이전 원안에 가까운 대안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남권=서남해안개발사업(일명 J프로젝트)으로 인한 영암과 해남지역의 지가상승이 큰 관심이었다. J프로젝트사업 발표 이후 영암과 해남 일부 지역은 지가가 5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발표된 이후에도 거래가 끊이지 않으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일대에는 전업농에서 신흥 땅부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 덕분에 목포 등 도시지역의 유흥 서비스업종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남을 찾은 귀성객 이모씨(서울 관악구)는 "개발붐에 고향 친지와 친구들은 크게 들떠있지만 과연 개발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또 개발로 인해 고향민심이 붕괴되지 않을까 등의 생각으로 착잡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지역은 새만금사업이 단연 핫이슈였다. 새만금사업을 둘러싼 지역민간 찬반논쟁은 귀성객들이 가세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영남권=부산 강서구 고향집을 찾은 임희진씨(45·경기 안양시)는 "부산경제가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진 않지만 신항만을 중심으로 한 서부산권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신용호씨(48·인천 연수동)도 "만나는 친구마다 어렵다고 아우성"이라며 "그러나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본사 설립 등 제2의 도약을 맞이할 여건은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성산터널공사도 귀성객들사이에 논쟁거리였다. 지율 스님의 단식과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공사가 다시 지연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았다.
대구 경북지역의 경우 개발소외와 전통산업붕괴 등으로 황폐해진 지역경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귀성객 장모씨(경기도 수원)는 "지역에서 사업하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며 "정부가 지역경제회생을 위한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창현·김태현·최성국·신경원·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