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파송송 계란탁'‥ 좌충우돌 부자의 '웃음 폭탄'


유난히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다.


피아노에 연결된 밧줄을 발목에 휘감은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주인공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피아노'가 일례다.
주인공이 고대하던 옛 애인의 소식을 듣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절정부가 인상적인 오상훈 감독의 코미디 '파송송 계란탁'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모든 에피소드들은 마치 주인공의 참회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피아노'의 대담한 화면과 달리 '파송송 계란탁'의 절정부는 오로지 인물의 표정 연기만으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 대규(임창정)의 주변에는 언제나 철지난 피서지처럼 썰렁하고 누추한 풍경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어린 아들 인권(이인성)을 자식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대규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종의 '로드 무비' 양식을 띠고 있는 만큼 우리네 농·어촌의 가공되지 않은 풍경들로 구성돼 있다.
이 영화는 독특한 부자 관계가 중심축을 이룬다.


바람둥이 가수지망생인 대규에게 어느날 낯모를 어린이가 나타나 자신이 그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을 외면하는 20대 중반의 아버지와 자식으로 인정받고픈 아들간의 치열한 다툼이 펼쳐진다.
대규와 인권의 부자 관계는 '밀고 당기는' 연인 사이와 같다.


대규는 자식을 방해물로 여기는 청소년기의 감수성을 갖고 있지만 결손 가정에서 자란 인권은 조숙하다.


대규가 아버지로서의 책무를 회피하려는 인물인 반면 인권은 가장의 의무를 거듭 환기시키는 존재다.


대규의 삶이 인스턴트 라면을 그대로 끓인 맛이라면 인권의 개입은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탁 풀어넣은 라면 맛과 같다.


아버지의 분신인 아들은 생파처럼 대규의 미각을 찌르기도 하지만 식탁(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결국 대규가 자식을 버리러 떠나는 국토 종단여행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협박할 만큼 영악한 인권은 너무 비약된 캐릭터라는 느낌을 준다.
1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