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역금융 부실 3년새 4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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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 우리 하나 외환 등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산업 수출입 등 국책은행을 포함한 17개 국내 은행들이 무역거래에서 신용장을 잘못 작성하거나 신용심사 소홀로 최근 3년간 4천5백32억원(2백59건)의 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담보를 처분해도 회수가 불가능한 순수 손실액만 2천7백30억원에 달해 무역거래 관련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3년간 4천5백여억원 부실 발생
1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작년 말까지 은행들이 거래처 신용상태에 대한 심사 소홀로 발생한 무역거래 부실액은 2천3백87억원(1백28건),신용장을 잘못 작성하거나 수출입 관련 업무미숙으로 발생한 부실액은 1천1백31억원(48건),수출어음보험 담보처리를 소홀히 처리해 발생한 부실액은 1백61억원(1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8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무역관련 부실액이 2천5백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5개 국책은행에서 1천6백88억원,3개 지방은행에서 2백82억원의 부실이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말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63건 1천3백5억원으로 조사됐고 이미 국내 은행들이 재판에서 패소한 사건이 8건 1백45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국내 은행들이 재판에서 진 이유는 매입한 수출환어음에 하자가 있거나 업무를 잘못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 취약과 업무소홀이 원인
은행들이 최근 3년간 무역거래에서 4천5백여억원의 부실을 떠안게 된 것은 은행원들의 무역관련업무 전문성이 취약한 데다 업무소홀까지 겹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무역관련 서류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신용상태조차 점검하지 않은 사례들이 무더기로 드러난 것.
예컨대 A은행은 선적서류에 표기된 서류 제시기일이 이미 지났고 원산지가 표기되지도 않았는데 이같은 하자사항들을 서류 송부은행에 통보하지 않아 3억원의 손실을 봤다.
B은행은 항공편으로 바닷가재를 수입하기 위해 신용장을 개설한 업체가 제출한 항공화물운송장이 위조된 것임을 발견하고도 화물 불법반출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고,이 사실을 해외 거래은행에 통보하지도 않아 6억원의 부실여신을 떠안게 됐다.
신용장이 개설되기 이전에 발행된 항공화물운송장이 은행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수입업자가 물품을 임의 반출해 손실을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C은행은 항공화물운송장 수리를 거절하고 운송서비스중개회사가 발행한 신용장에 대해서도 거래조건을 제한해야 했는데도 이를 소홀히 취급했다.
결국 수입업체가 물품을 반출한 뒤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이 은행은 2억원의 손해를 봤다.
◆"국내업계 손실은 더 클 것"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밝혀진 은행의 무역거래 손실 규모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무역관련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거래업체에 지급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손실을 거의 대부분 전가해왔기 때문에 이를 포함할 경우 실제 무역관련 손실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종덕 한국국제금융연수원 본부장은 "신용장은 개설은행에서 지급 책임을 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은 수출관련 서류를 엄밀하게 따지기 보다는 국내 거래업체와 맺은 손실책임 약정서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실제로 무역관련 손실의 90% 정도는 국내 거래업체에 떠넘겨 손실을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