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강국 주재대사에게 듣는다] 중국 맞서 자원외교.해외개발 강화해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동남아 신흥개발도상국들이 수년전부터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면서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유연탄 구리 아연 등과 같은 자원들의 공급이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자원전쟁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경제신문은 15일 한국 기업들이 주요 자원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호주 브라질 카자흐스탄 등 3대 '자원 강국'에 주재하는 재외공관장과 특별좌담회를 갖고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적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 공관장은 16∼18일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차 귀국했다. [ 참석자 ] 조상훈 주호주 대사 김광동 주브라질 대사 태석원 대카자흐스탄 대사 -------------------------------------------------------------- 조상훈 주 호주 대사=오늘(15일) 아침 신문을 보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오는 4월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을 방문한다고 한다. 후 주석이 지난해 브라질 가봉을 다녀오는 등 중국 지도부는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광동 주 브라질 대사=중국이 앞으로도 매년 9%씩 성장하려면 자원부터 확보해야한다. 중국의 자원 싹쓸이 현상으로 '차이나 리스크'란 말이 나돌 정도다. 중국이 브라질의 자원을 수입해가면서 브라질의 무역흑자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중저가 공산품으로 브라질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2003년 5월 룰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이례적으로'부통령급' 자원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만큼 중국이 자원외교에 골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 대사=후 주석이 2003년 10월 호주와 뉴질랜드를 공식 방문했을 때 석탄 철광석 니켈 알루미늄 등 다양한 에너지 광물에 대해 호주와 협력사업을 맺었다. 중국은 2002년 호주와 25년간 2백50억호주달러(1호주달러는 8백8원)어치의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향후 25년간 3백억호주달러 어치를 추가 구매키로 했다. 중국이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고곤 프로젝트'에 12.5%의 지분을 투자하자 호주측도 천연가스기술협력펀드를 조성,중국 LNG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철광석도 90억달러어치씩 대규모 장기계약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분참여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태석원 주 카자흐스탄 대사=중국은 한마디로 '석유먹는 하마'다. 중국석유가스공사(CNPC)가 지난 97년부터 자나졸 유전개발에 참여,지난해에는 생산된 원유 5백30만t의 27.9%인 1백48만t을 중국으로 가져갔다. CNPC는 영국 BG사가 내놓은 카샤간 유전 지분 16.7%을 매입하려다 서방 컨소시엄 업체들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은 또 카자흐스탄 서부와 중국 신장성을 잇는 3천km의 송유관 건설에 나선 상태다. 2003년에 1차 공사를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나머지 2차 1천km구간 공사에 착수했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2006년에는 연 1천만t,2010년에는 2천만t의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사=중국의 전략적이고도 체계적인 자원외교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중국은 호주와 자원 확보 및 교역 확대를 연계시키고 있다. 오는 4월에는 하워드 총리가 중국을 방문,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선언할 전망이다. 중국은 호주에 싼 공산품을 공급하고 호주는 반대급부로 중국에 천연자원과 서비스상품을 팔면서 상호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교역을 위한 지리적 거리도 적합하다. 김 대사=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남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사실상 거의 버려놓은 시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한·브라질간 교역량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60% 신장했다. 앞으로도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일본 중국 시장은 더이상 확대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상태 아닌가. 선진국은 브라질에서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원외교를 해왔다. 중국도 이미 가속을 붙여놨는데 우리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조 대사=자원외교에 있어 단기적 차원의 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기업은 우선 당장 유리한 조건만 따지기 일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 투명하게 공급받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호주와 일본간의 LNG 거래를 예로 들면 1천8백여회를 운항했어도 한번도 납기를 어긴 적이 없다. 물론 향후 3년쯤 중국의 고성장이 멈추면 철광석 석탄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자원은 고갈돼가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포스코가 30년동안 철광석 유연탄 분야에서 좋은 협력관계를 맺어 오늘날 세계 제1의 기업이 된 것을 유념해야 한다. 태 대사=우리 기업이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자원개발에 대한 연륜이 짧고 세계무대에서 굴지의 국제적인 기업과 경쟁한 경험도 적다. 기업간 또는 정부·기업간 협력도 경쟁국에 비하면 미흡하다. 또 서구 선진국이 민간기업 차원에서만 자원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정부 배후지원이 많이 들어간다. 김 대사=호주에 비한다면 브라질은 아직도 광물자원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 데다 채굴권만 인정한다. 외국기업이 자원개발 합작과정에서 지분의 49%이상을 가질 수 없게 하는 등 제약이 많다. 자원 개발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하고 수의계약 형태로 자원이 거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기업과 브라질 당국을 이어주는 대사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태 대사=카자흐스탄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아직은 옛 체제에서 비롯된 권위주의적 요소가 많다. 주 카자흐스탄 대사관은 우리기업에 정보제공과 네트워킹 구축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카스피해 해저에는 2천6백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 이는 전체 중동 매장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다만 내륙국이라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조 대사=호주는 에너지 광물 자원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매년 광구 예정지를 발표하고 외국인투자절차를 상세히 홍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중·일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보니 자원경쟁이 치열하다. 장기공급계약 체결과 광산지분투자 합작기업설립 등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호주 대사관은 이런 차원에서 호주측 합작파트너들에 대해 정기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며 우리기업과 수시로 간담회를 갖고 애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대사=브라질은 콩 쇠고기 닭고기 오렌지 커피에 관한한 세계 제1위의 수출국이다. 중국은 광물수송 뿐만 아니라 장차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브라질 동부 연안 산토스항에서 태평양 서안의 페루~칠레 접경지대까지 횡단하는 철도를 50억달러를 들여 놔주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질은 장차 남미합중국의 종주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가 미주개발은행(IDB)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중남미 조달시장에 진출할 기반이 마련돼 있다. 한국은 브라질이 추진 중인 중남미 횡단철도사업에 참여하고 중남미국가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지원하면서 교역증진과 자원확보를 병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태 대사=대(對)카자흐스탄 자원외교는 2003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비로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답방이 있었다. 우리기업의 진출이 늦은 만큼 민관의 협력이 더욱 필요한 상태다. 한·중·일 3국의 자원확보 경쟁을 갈등의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상호협력을 통해 고가를 지불하고 자원을 사가는 '아시아 프리미엄'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정리=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