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청와대 혁신수석
입력
수정
청와대에 혁신수석비서관실이 생기는 모양이다.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정책실장 아래 있는 혁신관리비서관실을 수석비서관이 책임을 맡는 '힘있는' 부서로 확대,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수석실 신설은 그동안 기획(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과 실행(행정자치부)의 2개축 시스템으로 추진해오던 정부 혁신에 청와대가 직접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공직사회가 '구호'에 비해 '실행'에서는 미진했다는 자체 평가의 결과로도 보인다.
문제는 혁신수석 자리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직까지는 '오해'를 살 소지가 많다는 데 있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한다더니 여전히 '적발하고 뜯어고치는' 일에만 신경쓴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오해가 생긴다면 그 원인은 혁신개념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데 있다.
혁신이 개혁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일반인은 물론 일부 부처 혁신담당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혁신=개혁'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한 혁신은 진행되면 될수록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라.청와대에 '개혁수석'이 생긴다면 일반인들이 어떤 느낌을 갖겠는가.
이왕 혁신수석이 생긴다면 기초부터 다시 점검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우선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행위로서 혁신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혁신이 좋은 것이고 돈이 되는 것이며 행정서비스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임을 알 때 국민들은 혁신을 좋아하고 공직사회도 신나게 '혁신'할 수 있다.
기업에서 쓰는 혁신이란 용어는 '고객들이 원하는 새 상품,새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이란 의미가 중심이다.
미국의 국가혁신구상(NII:National Innovation Initiative)이 정의하는 혁신 개념도 '새로운 고안과 통찰력 등을 한데 모아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다.
혁신을 이렇게 새 수요를 개척하고 고객과 시민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행위로서 빨리 정립하지 않으면 혁신수석은 민간은 물론 공직사회에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혁신수석은 또 이미 정부에 기획과 실행 조직이 있는 만큼 평가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난 2년여간 혁신을 계속해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측정도구가 정립돼 있지 않아 어떻게 하는 것이 '혁신적인'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을 많이 쓰더라도 국민 만족도가 높은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아니면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헛갈린다면 혁신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민간과의 협력 물꼬를 트는 일이다.
혁신은 민간에 쌓인 노하우가 훨씬 많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기업들에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정부에서만 하는 활동이라면 진정한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미국 NII가 지난해 12월 제시한 국가혁신아젠다를 보면 교육을 포함한 인적자원(talent)분야와 기업과 공공부문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그리고 정부 학계 기업이 함께 구축해가는 사회기반시설 등의 분야 모두에서 혁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에 혁신 사령부가 세워지는 만큼 이제까지 '정부 혁신'에만 전념해온 혁신운동이 '국가혁신'으로 한차원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