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저금리기조 흔들려선 안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현행 3.25%인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경기도 풀리고 있어 얼핏보면 금리를 올려야 할 요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럴수도 없는 것이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그야말로 징후에 불과할 뿐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박승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아직 봄은 아니지만 대한(大寒)은 지났다"고 언급한 것만 보더라도 이같은 한은의 금리정책에 대한 고충을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제 막 경기가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정책은 당분간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운영해야 한다. 금리 하향안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금통위도 지적했듯 민간소비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설비투자는 여전히 저조하고 건설투자는 신장세가 둔화되고 있는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최근의 환율 움직임은 우리 경제가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들어 1천20원대까지 급락하는 등 원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고 있고,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면서 수년간 유지되던 10대 1의 원·엔 교환비율이 9대 1로 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수출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저금리기조 유지와 함께 금융정책의 양축인 정부와 한은이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긴밀한 정책조율을 하는 것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올들어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은 시장상황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채권공급은 물론 정부와 한은의 미묘한 시각차에 적지않은 원인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이것이 불필요한 금리상승을 촉발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의 과도한 금리인상은 조금씩 회복되는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갑작스런 금리상승이 모처럼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정책당국은 물론 은행들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