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외국인 '큰손' 늘어 염려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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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외국인투자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외국인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 분명하지만 지나친 배당압력이나 경영권 간섭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을 크게 저해하지나 않을지 걱정 또한 적지는 않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월 현재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중이라고 신고한 사례는 2백23건으로 2003년 말보다 36%,종목수는 1백51개로 20% 각각 늘었다.
외국인 주식보유가 늘면 한국 금융시장의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지고 기업자금조달도 한층 수월해지는 등 수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음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염려되는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배당압력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특히 주총시즌 개막과 함께 외국인 큰손들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할 정도의 배당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이익을 많이 남겨 고배당을 하는 것은 주가관리나 증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틀림없지만 과도한 배당이 이뤄질 경우 문제는 다르다.
사내유보가 줄고,재투자를 위한 재원마련이 어려워진다면 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소진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그런 고배당이 외국인 큰손들의 암묵적 강압에 의해 이뤄진다면 우리경제 성장에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국인 큰손 급증은 기업 경영권 안정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SK그룹 경영권이 유럽계 펀드 소버린에 의해 통째로 흔들렸던 사건이 상징하듯 일부 외국계의 집요한 경영권 공격은 매우 우려스럽다.
금감원이 내달 29일부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취득하는 투자자에 대해 5일간 의결권 행사와 주식추가취득을 금지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의 본격 주총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시장 지배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