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돌파했다 .. 통화관리비용 '눈덩이'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는 것은 환율방어를 위해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매입(원화 매각)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어서 통화관리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은 2천2억4천9백만달러로 1월 말에 비해 5억5천만달러 늘어났다. 한은은 보유 중인 미 국채 이자가 이달 중 지급되는 데다 보유 외환 운용수익이 늘어난 데 따라 보유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12월18일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이후 무역수지 흑자,외자 유입 등으로 꾸준히 늘어 2001년 9월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3년여 만에 다시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작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 한햇동안 4백37억달러나 급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증가는 대외 지급능력 확충으로 국가신인도 제고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그러나 환율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느라 풀린 원화를 환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계속 늘려 발행해야 하는 등 악순환 구조를 낳았다. 작년에 한은이 10년 만에 적자를 낸 것도 통안증권 이자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지난해 37조원이 급증,작년 말 1백43조원에 달함에 따라 연간 이자부담만 5조원이 넘는 실정이다. 이 비용의 대부분이 외환보유액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채권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9백억∼1천4백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고,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적정 보유액 규모가 1천5백억달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을 비롯한 공공부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연 이만큼의 자원이 공공부문에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