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문직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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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책 '2010 대한민국 트렌드'에는 우리 사회의 전문직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상을 짚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통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등 소위 '사'자 돌림의 불패신화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래에 대해서는 더욱 불확실한 전망을 한다.
이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전문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경쟁과 혁신의 과정을 거쳐 경쟁력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사실 '사'들의 냉혹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과거처럼 고시에 붙기만 하면,의과대학에 들어만 가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던 시대는 먼 나라의 얘기가 되고 있다.
수임사건이 줄어들면서 변호사가 파산하고 경영난으로 의사들의 자살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공인회계사의 경우는 합격자의 절반 정도가 연수받을 회계법인 조차 정하지 못해 몇해를 기다려야 하는 딱한 실정이기도 하다.
잘 나가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아∼ 옛날이여'라고 내지르고 싶은 심정일 게다.
여기에는 전문인력의 공급과잉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1천명 시대'가 열렸고,1980년대 중반부터 여기저기 설립된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2천5백명의 의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으려다 보니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제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변호사 회계사들은 최근 정부부처와 공기업에 지원서를 내면서 높기만 한 취업관문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수십대 1의 경쟁률 앞에 무릎을 꿇기 일쑤고 그나마 서류전형에서 낙방하는 예도 허다하다고 한다.
고시공부 때문에 학점을 소홀히 하고 어학실력을 제대로 쌓지 못한 탓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3대 꽃이라고 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들의 수난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자격증이 저절로 돈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특히 '사' 직군은 '대인 서비스업'인 관계로 앞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엄격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