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재외공관장 대상 특강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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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재 해외 대사나 외국 정부 관료를 만나면 하나같이 '우리나라에 투자해달라'고 악착같이 달라붙습니다. 마치 빚쟁이가 '빚 내놓으라'는 식이에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해외 공관장들부터 외자유치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홍석현 주미대사 등 해외 공관장 1백5명을 앞에 놓고 한국 기업 '기 살리기'와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보다 악착같이 일해달라고 요청했다. 17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2005년 재외공관장 회의'에서다.
'한국의 전자산업과 국가 브랜드'란 주제로 1시간 동안 계속된 특강에서 김 부회장은 연신 "경쟁국들은 '기업 브랜드가 곧 국가 브랜드'란 인식 아래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우리나라만 무방비 상태로 있을 경우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도 전에 '도넛형'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넛형 국가란 해외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채 국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그는 "미국이 대표적 케이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탄탄한 토종기업 기반 위에 외국기업이 가세하는 모습을 띤 '피자형' 국가라고 소개했다.
피자형 국가가 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라는게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 부총리가 만나자고 해 점심식사를 같이 했는데 식사시간 내내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만들어달라. 현지 자유무역지대에 공장을 세워달라'고 합디다. 빚 독촉하는 것처럼 강하게 세일즈를 하더군요."
지난해 인도 푸네에 제2가전공장을 짓기 위해 방문했을 때는 동행했던 구본무 LG 회장이 '초대형 공장이 아닌 게 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로 현지 주정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일각에선 외자유치에 대해 '한국이 팔려나간다''국부유출이다'라고 비판하지만 외자기업 역시 한국인?고용하고 세금도 낸다는 측면에서 엄연한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 무대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약진은 결국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국내기업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전자업계는 한국과 일본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원천기술측면에선 일본에 뒤지지만 각 기업이 노력하고 정부가 받쳐주면 오는 2010년께 원천기술 분야에서도 일본을 따라잡는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