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롄상 '옥죄기'.. IBM PC인수 앞두고 '험로' 예고

미국의 IBM PC사업을 인수키로 한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 롄샹이 협공을 받고 있다. 롄샹이 지난해 12월 체결한 계약에 따라 IBM PC사업을 인수하게 되면 오는 5월 새 롄샹이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견제,기존 IBM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저촉 여부 조사 등 복병이 잇따라 등장해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GE가 구매선을 IBM에서 델로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휴렛팩커드(HP) 경영진이 새 롄샹에 대해 '추살령(追殺令)'을 내렸다고 베이징청년보가 18일 보도했다. 세계 PC업계 3위로 뛰어오를 롄샹을 1,2위인 델과 HP가 협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GE가 PC 구매처를 IBM에서 델로 바꿀 것이라는 최근 미국 비즈니스위크의 보도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새 롄샹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중국 언론은 전했다. 델은 롄샹-IBM 합병 발표 후 가격인하를 통해 공세를 강화해 왔다. 특히 HP 경영진은 최근 공개적으로 "롄샹-IBM 합병은 HP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한다"며 "IBM 고객을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부터 가격인하 공세에 나선 HP는 대만에 "HP가 진정한 미국 제품"이라는 등 롄샹의 심기를 자극하는 광고까지 내보내기 시작했다. 양위앤칭 롄샹 최고경영자(CEO)는 "상도덕이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메릴린치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인수합병 발표 후 IBM의 고객 중 절반이 다른 PC업체로 구매선을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까지 롄샹을 견제하고 나섰다. 지난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합병계약을 승인하자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등이 해외투자위원회(CIFUS)를 구성,국가안보 저촉 여부를 심사하기로 한 것. CIFUS는 지난 1990년 한 항공기 부품업체가 중국에 매각되는 것을 막은 데 이어 2003년 홍콩 허치슨 왐포아그룹이 초고속통신업체의 글로벌크로싱 지분 취득 시도를 제지한 적이 있다. 인수되는 외국 기업의 기존 고객은 물론 투자자와 직원들이 갖고 있는 '중국 기업은 저가,저급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도 롄샹이 넘어야 할 벽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