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2,000억달러 넘어선 외환보유액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넉넉한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용도를 높여주고 국가 비상사태때 급격한 자금이탈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음 든든한 일이다. 최근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는 것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이라는게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라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적정선을 넘어가면 오히려 경제운용에 부담을 준다.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과도하게 달러를 매입하면서 통화가 많이 풀리고, 그렇게 해서 늘어난 통화량을 관리하기 위해 이자가 많이 나가는 통안증권을 발행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이를 잘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한국은행이 현재 보유 외환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핵심 내용은 철저한 안정성에 적정 수익성까지 겸비할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국내외 채권시장에 적극 운용하겠다는 KIC(한국투자공사) 설립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KIC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논쟁의 초점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영역다툼이 아닌 외환보유액의 효율적인 운용방안이 무엇인가로 모아져야 한다. 그런 논의가 활발이 이뤄져야 적정수준 이상의 외환보유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운용 실익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