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대책'후 강남·분당·용인 반응] 매수 문의 '뚝' 끊겨

"한달 반짝 상승에 그쳤네요." 정부의 '2·17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서울 강남,경기 분당·용인 등 최근 집값이 급등했던 지역의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날까지 빗발치던 매수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 매수세가 썰물처럼 빠져 나간 사무실에는 이번 대책의 여파를 묻는 매도자들의 문의만 간간이 이어졌다. 일부지역에선 소액(1백만원 정도)으로 가계약을 해놨던 매수자가 대책발표 직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매도호가가 급락하는 심각한 후유증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수문의 실종 대책발표 직후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급등한 호가가 내릴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엘리트공인 박병수 사장은 "설연휴 직후부터 매수문의가 줄더니 대책발표 이후에는 한통의 전화도 못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개포동 조은집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팔려고 내놓은 집주인이 매수자인 것처럼 꾸며 싸게 나온 매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책발표 직전에 평수를 늘려 이사하기 위해 큰 평형을 매입했던 실수요자가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복비를 줄 수 없다며 중개업소와 승강이를 벌이는 진풍경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분당·용인지역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팔자'와 '사자'간 호가 차이가 4천만~5천만원 정도 벌어진 상황에서 대책이 터져나와 매수자들이 일제히 발길을 돌리고 있다. 분당 이매동 아름마을 신용공인 임이태 사장은 "호가 공백이 너무 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싸게 팔려는 집주인도 없어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현동 시범단지 백현공인 전상익 사장은 "거짓말처럼 거래가 뚝 끊겼다"며 "매수자들이 급매물을 기다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용인시 상현동 석사공인 이호영 사장은 "판교 중대형 분양가가 2천만원대로 알려졌을 때는 한달에 5건씩 계약을 했었다"며 "설연휴 직후 가계약을 했던 수요자가 이번 대책발표로 계약을 포기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며 거래실종을 우려했다. ◆호가 조정속 거래공백 장기화될 듯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는 이번 대책발표로 거래공백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책발표 직전에 급등한 매도호가에 주저하던 매수자들이 더 이상 집값 상승이 없을 것으로 판단,매수를 포기하고 있어서다. 서울 대치동 엘리트공인 박 사장은 "기대했던 재건축 규제완화가 없던일로 돼 버린 상황에서 호가는 올라있으니 앞으로 호가가 내리지 않는 한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 죽전동 현대홈타운3차 인근 중앙공인 윤석민 사장은 "판교 분양가가 평당 2천만원 가량 될 것이라는 기대로 이달 들어서만 중대형 평형이 6천만원까지 뛰었다"며 "정부가 평당 1천5백만원 이하로 분양가를 묶어버렸으니 집값이 오를 근거가 사라진 셈"이라고 향후 호가조정을 예상했다. 분당 이매동 아름마을 신용공인 임 사장은 "추가상승은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출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매수자와 매도자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