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안되는 부서 즉각 폐쇄" .. 공무원들, 기업파견 근무후 자성

"삼성은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 공무원은 어떨까." "기업은 장사가 안되는 부서는 즉각 폐쇄하고 잘되는 부서는 조직을 격상시켜 인력과 재원을 투입한다. 반면 관료조직은 한 번 생기면 어떤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버티는 게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기업은 새 사업을 발굴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 진급시키며 상을 주는 데 반해 정부는 잘못을 가려내는 감사에 너무 치중한다." 지난 18,19일 이틀간 충북 제천 청풍콘도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혁신워크숍'. 이 자리에서는 민간기업 파견근무를 경험한 공무원들의 뼈 있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이는 곧 '기업은 일류인데 행정은 삼류'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공무원 기업 배우기 성과를 확인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기업연수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에 중앙 공무원 13명,지자체 공무원 1백여명이 민간기업에 장·단기 연수파견을 간 데 이어 올해는 중앙 공무원 38명,지자체 공무원 1백50여명이 기업 실습에 나선다. 이들 기업 경험자는 '스피드'와 '고객만족' 경영을 관료들이 맨 먼저 배워야 할 '마인드'로 꼽았다. 2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한 이율범 사무관(ESCAP 환경장관회의 준비기획단)은 "전투를 방불케 하는 부서간 회의를 거쳐 나온 의사결정은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회의에서 다퉜던 부서들도 잘 협조한다"면서 기업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는 정부 부처들이 배울 점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말부터 LG CNS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헌준 행정자치부 사무관도 "사업단위별로 예산을 관리하면서 급한 일이 생기면 구두 보고만 하고 바로 해외 출장이 가능할 정도로 유연한 조직 운영이 공직사회와 차이난다"면서 "공무원 조직도 본부장제와 팀제 도입을 통해 업무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고객만족경영을 관료조직에 접목시키면 '위민행정'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워크숍의 발표자로 나섰던 최영현 노인복지정책과장은 "기업에는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말단직원까지 배어 있다"고 삼성화재 3년 근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소개했다. 어떤 돈되는 사업보다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재량권을 확실히 주고 마음껏 일하게 한 다음 책임을 묻는 풍토도 부럽다는 게 파견공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율범 사무관은 "성과 계량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 향상 체계,자기계발을 위한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지원 등도 일류행정을 위해선 정부부처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김헌준 사무관은 "공무원과 달리 실무 담당자가 현안을 직접 임원에게 보고한 다음엔 책임지고 일을 추진하는 게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율범 사무관은 "일을 잘하기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오류는 용인되는 점이 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SK 인력개발팀 부장으로 파견된 김종철 노동부 서기관은 "노동부는 그동안 노동시장과 관련해 학교 졸업생이나 실업자 등 공급자 입장에서 주로 정책을 입안해왔으나 파견근무를 통해 인력 수요자인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 3백명의 사무용품 업체인 세종기업에 1년간 다녀온 유광봉 서울시 심사평가담당관실 팀장은 "중소기업은 생산능력은 뛰어나지만 인력관리에 애로가 많았다"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줘서라도 공무원을 파견해주거나 경영능력이 앞선 대기업 직원들을 보내주는 방안 등을 강구해 봄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철수·김수언·김혜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