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실리콘밸리] 구글등 '대박신화'...거액자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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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너제이 북쪽 샌드힐로드 2882번지에 위치한 알토스벤처스.재미교포인 김한 파트너가 지난 96년 설립한 이 회사는 전체 직원 6명에 펀드규모가 1천5백만달러(1백50여억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제약때문에 한국 투자자로부터 출자를 받거나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투자를 하는 게 관행.하지만 그는 최근 듀크대학 뉴욕주연금 노스웨스턴보험 등 순수 미 기관투자가로부터 5백만달러를 추가 유치,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파트너는 "최근 벤처투자 열기가 살아나면서 대학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며 "듀크대의 출자를 받아냄에 따라 경쟁 학교인 하버드대의 투자 유치를 포기해야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벤처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나스닥시장의 꾸준한 상승으로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 등 '대박' 벤처기업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수는 2백38개사로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후인 2001∼2003년 공개된 기업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또한 작년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모두 2백9억달러로 2003년 1백89억달러에 비해 1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토스벤처스와 중국 투자기업 선정을 두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돌캐피털도 요즘 기관투자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벤처캐피털이다.
이 회사는 최근 3억5천만달러 규모의 '4호조합'을 조성,전체 10억달러어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루비 루 돌캐피털 팀장은 "대형 펀드의 자투리 자금을 위한 투자처로 여겨지던 벤처 등 대체투자가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벤처투자의 부활은 기나긴 구조조정과 시장 수급에서 비롯돼 자생적이라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소 다르다.
루 팀장은 "돈을 대주겠다는 기관투자가는 엄청나게 많다"며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벤처캐피털들이 알아서 펀드 규모를 투자 규모에 맞춰 줄이고 수수료도 낮추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 벤처시장을 좌우하는 정부 지원금은 여기선 가장 기피하는 자금이다.
10여년간 미국에서 모태펀드 업무를 맡아온 곽준경 동양창업투자 상무는 "정부 출자금은 투자조건이 복잡하고 수익배당 등에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통상 꺼린다"며 "정부자금을 받으면 오히려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은 투자자보다는 '대박' 기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톨우드벤처스가 대표적인 예다.
창업자 2명이 몸소 전문경영인(CEO)으로 나서 반도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톨우드벤처스는 투자한 9천만달러 모두를 반도체칩 분야 벤처기업에 쏟아 부어왔다.
다도 바나타오 톨우드벤처스 파트너는 "이곳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금융전문가라기보다는 기술자와 바탕이 비슷하다"며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하면 바로 투자자에게 주식을 그대로 나눠줘 조합을 처분하는 것도 그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의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높은 만큼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지도는 필수적이다.
바나타오 파트너는 "미 벤처캐피털은 기업경영에 아주 활발히 참여한다"며 "단순히 이사회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1년 동안 매주 임원회의에 참석해 대표에게 회의를 이끄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총체적으로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진출을 고려중인 그레나잇글로벌의 스콧본햄 이사는 "미국에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면 그들의 네트워크도 함께 받아들여 '모든 사람의 회사'라는 식으로 인식을 바꾼다"며 "한국 창업자들도 시각을 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새너제이(미국)=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