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헤지펀드 이미지 탈피등 노려
입력
수정
소버린자산운용의 기자회견은 한국 내에서 헤지펀드로 분류되고 있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동시에 LG에 대한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신들이 2대 주주로 있는 SK㈜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CEO)는 이날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LG 치켜세우기' 할애했다.
LG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선구자'라며 찬사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낸 반면 SK㈜에 대해서는 "LG와 개혁의 양극단에 서있다"며 철저히 깎아내리려는 모습이었다.
○헤지펀드 이미지 벗기
소버린은 SK㈜ 경영권을 위협하는 과정에서 '단기투기성 펀드' '악의적 경영권 위협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온 것이 사실.
따라서 소버린은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찾던 중 ㈜LG와 LG전자를 선택했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LG에 대한 투자 행태가 SK㈜ 투자 때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소버린은 LG에 대해 이사선임이나 정관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경영권 참여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국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터 대표가 "소버린은 5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이 선의의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동격서: SK㈜ 압박하기
피터 대표는 이날 가급적 SK와 관련된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SK㈜ 주총을 불과 20여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SK㈜ 주주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LG를 활용해 SK를 압박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소버린은 현재 최태원 회장 등 과거 그룹의 부실을 초래했던 경영진의 이사 사임 및 집중·서면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SK측과 대립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버린이 LG의 지배구조를 부각시키는 것은 SK㈜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깎아내려 상대적인 효과를 거두겠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LG그룹주와 SK㈜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로부터 LG그룹주를 대량 매입해주고 SK㈜ 지원을 거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 빠질 명분찾기
소버린은 펀드의 성격상 어느 시점,적어도 연내에는 SK㈜의 지분을 팔아 투자 수익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소버린이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명분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버린이 LG처럼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SK㈜의 지분을 털 경우 '명분 있는 철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