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집단소송 남발 우려는 없는가

기업의 과거분식 회계를 2년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내용의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여야 모두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집단소송 대상에서 과거분식을 아예 제외하거나 최소한 3년 유예를 희망했던 재계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나마 과거분식 시정을 위한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사실 과거분식은 정치자금 제공 등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의해 기업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사면의 논리적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2년이라는 유예기간에 과거분식을 말끔히 정리할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분명한 것은 될수록 빠른 시일내 투명회계를 이뤄내야 하는 것 또한 필연의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노력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그러나 유예기간 설정으로 집단소송제의 문제점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송 남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개정안에선 집단소송 제외대상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다른 법률에 의한 민·형사상 책임은 그대로 지게 되어 있다. 법이 발효된 지난해 1월19일 이후 발생한 새로운 분식행위 등은 올해부터 집단소송 대상이 되는 만큼 상황에 따라선 적지않은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소송남발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는 기업활동에 커다란 차질을 줄게 뻔하다. 우리나라 말고는 거의 유일하게 이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을 봐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기업들이 집단소송에 걸리면 법위반 여부를 떠나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도 하락 등 엄청난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에서 6천여개의 기업이 소송에 내몰렸으며 지난 2002년의 경우 집단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GDP의 2.2%에 달했다는 경제단체들의 보고서를 보면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수 있다. 결국 주주권익을 위한다는 집단소송제도는 주주 이익도 보호하지 못한 채 기업성장의 발목만 잡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소송남발 등 법시행 이후 예상되는 갖가지 부작용에 대해 철저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 왜 이 제도를 기업경쟁력을 빼앗는 망국병이라고 지탄하면서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었는지도 잘 참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