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지역에서 찾는다] (8ㆍ끝)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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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박동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허재완 중앙대 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장)
사회=김호영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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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규모에 따라 회사 경영방법은 다를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시대에선 과거 방식으로 경영을 하면 경쟁에 밀릴 수도 있다.
한국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연상해보자.중앙정부는 "한국그룹"의 본사로,지방자치단체는 계열사로 대입해본다.
그동안 중앙정부 주도로 1인당 국민소득 1만불 시대를 일궈냈다.
국가경제 규모가 커지고 대외경제여건도 바뀌었는데 1백여년간 지속돼온 행정구역 단위 중심의 경영방법(지역정책)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지방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지역개발 방식도 대개 그대로다.
"신성장 동력 지역에서 찾는다"시리즈는 이런 인식에서 시작됐다.
7차례의 연재를 마치면서 박동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허재완 중앙대 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장)를 한국경제신문사로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원인을 알아야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제로 지역경제 불균형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박동 정책연구실장=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산업화 이후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권력과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허약한 지방경제가 더욱 붕괴되고 있습니다.
○허재완 교수='불균형'이란 관점보다는 '지방의 위축' 또는 '지방의 자생력 부족'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나라든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은 존재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지방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과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이제 중앙정부보다는 수많은 지방정부가 경제도약을 이끌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언오 전무=불균형 문제를 정치나 정부정책 측면보다 글로벌화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측면에서 진단해야 합니다.
수도권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됐다면 지방경제는 상대적으로 중국의 급부상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내지 전략으로는 근본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사회=지방자치시대가 열렸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식의 분권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허 교수=인구가 잘사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법칙'과 같은 현상입니다.
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지방은 공동화됩니까.
굳이 서울로 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일자리를 지방이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조세징수권을 확대하고 토지이용 규제에 관한 권한을 이양하면 지방은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무=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분권화 방안을 꼽는다면 우선 중앙정부 관료를 지방에 파견해 지방의 행정능력을 향상시키고 특정 거점지역을 선정해 교육 문화 등 어메니티(Amenity)를 키우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나아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차원을 넘어 민간에도 권한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먼저 정책을 제안하고 지자체와 협의채널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역경제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사회=지역경제를 신성장 동력엔진으로 삼기 위한 제안을 해주십시오.
○박 실장=수도권 과밀화와 지방경제 침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수도권 집중 정책이 지방을 낙후시켰고 이는 다시 수도권 규제 강화라는 부메랑이 돼서 수도권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결국 수도권 규제완화를 지방이 받아들이고 지방은 나름대로의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을 위한 '빅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전무=결국 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현재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기에 여건이 나쁘기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것입니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지자체 또는 기업에 정책과 산업을 강제할 게 아니라,지방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허 교수=일정조건을 충족한 지방에만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독립국가에 가까울 정도의 자율권을 준다면 지방이 충분한 혁신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