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쇼크] 개장 10분도 안돼 990원대..서울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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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외환시장엔 개장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17원 이상 빠지며 1천원선에 겨우 턱걸이한 탓에 '세자릿수 환율'이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에 시장의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마지노선은 예상보다 너무 쉽게 무너졌다.
전날보다 3원10전 떨어진 1천3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이 단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9백원대로 추락한 것.
오전 9시10분께 원·달러 환율이 9백98원10전까지 떨어지자 드디어 '최틀러'로 불리는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의 입이 열렸다.
"환율이 급하게 움직이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최 국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외환당국자들의 구두개입이 봇물을 이뤘다.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당국은 현재의 환율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해 이를 매우 걱정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고,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환율의 지나친 하락이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연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이로 인해 오전 10시를 넘어서며 잠시 환율이 전날 수준을 회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강력한 구두개입과는 달리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달러매수세가 눈에 띄지 않았다.
"립서비스 강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실탄(달러매수 자금)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환율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지만 '세자릿수 환율'이 현실화하면서 여러 가지 해프닝도 빚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문 넣을 때 세자릿수가 낯설어 입력하는 데 무지하게 신경 썼다"고 했다.
실제 일부 은행에서는 세자릿수 환율을 인식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전산시스템이 잠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은 정부의 구두개입 등으로 1천원선이 겨우 지켜졌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윤성용 농협 외화자금팀 차장은 "오늘의 평균환율이 수출기업에는 내일자 장부가로 기록되는데 환율이 장부가보다 높을 때 팔아야 이익이 나는 것으로 잡힌다"며 "따라서 내일부터는 중소기업의 매도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재석·송종현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