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콘트라섹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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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성들에게 나이가 차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라고 말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비판받기 십상이다.
"결혼은 꼭 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기 일쑤며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결혼을 미루면서 직장에서 성공하고 돈 벌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듯 자신들의 삶을 중시하는 자유분방한 여성들을 일컬어 콘트라섹슈얼(contra-sexual)이라 부른다.
이는 영국의 미래학 연구소가 '반대'의 뜻을 가진 라틴어의 콘트라와 '성'이란 의미의 섹슈얼을 조합한 신조어다.
유럽과 미국 등지의 선진국에서는 이런 여성들이 사회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결혼은 곧 속박이며 삶의 질을 깎아내린다는 인식에 대한 반작용이다.
영국에서는 무려 80%에 육박하는 여성이 결혼보다 직업을 우선시할 정도라고 언론들은 호들갑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진출에 비례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인 관습에 따라 결혼하던 시대는 끝나가는 것 같다.
최근 한국사회보건연구원과 미용 네트워크인 피부미용이 미혼 및 독신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절반 가량이 자신을 콘트라섹슈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콘트라섹슈얼시대의 진입을 두고 학자들은 전통사회에 대한 커다란 도전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결혼하지 않는 여자를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으로 애써 폄하하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남성 위주의 사회틀이 아직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일 게다.
실제 조직을 들여다 봐도 남성중심이어서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최근 몇년 새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좌절과 박탈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콘트라섹슈얼에게 진정 사회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면 아직도 여성들에게 교묘하게 닫혀져 있는 조직과 사회의 벽을 허무는 일이 급선무일 게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