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환율 '디커플링' 심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환율과 엔화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온 동조화 현상이 올 들어 급격히 약화(디커플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간 상관계수는 작년 10월 0.93,11월 0.97,12월 0.88에 달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올 1월에는 0.65로 낮아진 데 이어 2월(1∼25일)에는 마이너스 0.08로 반전됐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원화환율이 엔화환율과 거의 똑같이 움직였음을 의미하며 마이너스 1에 가까우면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이처럼 올 들어 원화와 엔화간 상관계수가 떨어진 것은 작년 한때 달러당 1백엔선까지 내려갔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 1백4∼1백5엔대로 올라선(엔화 약세) 반면,원·달러 환율은 거꾸로 1천50원대에서 1천원선까지 하락(원화 강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말까지도 1백엔당 1천원대를 유지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1월27일 이후 9백원대로 내려가 원-엔 교환비율 '10 대 1'이 깨진지 오래다. 원화와 엔화간 디커플링이 심화되는데 대해 외환전문가들은 우선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최근 주춤하는데 반해 한국은 본격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 양국의 경기상황 차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한국 정부가 작년 11월 이후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한 데다 올 들어 외국인 주식자금이 대거 유입,원화 환율의 하락속도가 빨라졌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원화와 엔화간 디커플링(원·엔 환율 하락)이 심화되면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경합하는 국산제품의 수출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가격이 하락하는 긍정 효과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