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2부 - (4) IT혁명 대학이 이끈다

지난해 11월 입시학원이 만들어 배포한 대학별 지원가능 수능 점수표를 보고 깜짝 놀란 학생과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서울대 공대와 KAIST보다 높은 공과 대학이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였다. 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IT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비용 전체를 투자한 대학으로 98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6살바기 대학이 이처럼 빨리 정상급 학교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ICU의 입학 안내서를 보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전공 과목이 일부 과목에 한정돼 있다. 학부는 공학부와 정보기술(IT) 경영학부 두 곳뿐이다. 학부생의 모집인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적다는 것도 눈에 띈다. 전체 모집 인원이 1백2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가을 기준으로 대학 재적생은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포함해 7백87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지도하는 교수진은 84명에 이르러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명을 밑돈다. 소수 인원만 뽑아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킨다는 얘기다. 이 학교의 연구 실적을 뜯어 보면 신생 대학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ICU의 교수 1인당 연구비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높다. 2003년 기준으로 1인당 3억3천5백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돼 2위 포항공대(3억8백만원)를 따돌렸다. 2003년 기준 교수 1인당 SCI(과학논문 인용색인)도 1.96편에 달해 KAIST(2.87편),서울대(2.23편)와 비슷한 수준이다. 교과 과정에서도 다른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 2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ICU 인공지능 과목 강의실에서 22명의 학부생이 최호진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대학들은 통상 이날 개강을 하지만 수업 내용을 보니 상당히 진도가 나간 것처럼 보인다. 연유를 묻자 학교 관계자는 "많은 학점을 이수토록 하기 위해 1년3학기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개강이 이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강의가 영어로 이뤄진다는 점도 남다르다. 허운나 총장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진행하는 일부 교양과목을 뺀 모든 전공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며 "전체 전공과정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학부는 ICU가 국내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진은 실무 경험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ICU의 전체 전임교수 59명 중 20명이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26명은 국책연구소 출신이다. 10명 가운데 8명이 실무경험을 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실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를 그대로 강의실에 옮겨와 강의한다. 특화된 교육과정이 자리잡아 가면서 ICU는 세계 유명 대학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은 현재 ICU와 공동학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네기멜론대학이 공동학위를 허용한 곳은 전 세계 대학 중 ICU가 유일하다. 실무 중심의 소수정예 인력을 양성하다 보니 가장 반기는 것은 기업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월 ICU 학부 조기 졸업자 15명 전원을 삼성전자에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