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고가그림 '싹쓸이'.. 미술품시장 큰손 부상

뉴욕에서 한점에 1백억∼2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미술품을 사들이는 사람의 직업을 보면 월가의 주도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최근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큰손들이 막대한 부를 활용,값비싼 그림들을 대거 매입하면서 월가의 새로운 왕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싼 그림을 사들이는 투자자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가의 왕성한 그림 투자가 시대별로 특징을 이룬 때가 있었다. 1900년대 초기엔 미국 산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부를 쌓은 JP모건 세대가 값비싼 그림을 매집했다. 지난 80년대는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막대한 돈을 번 기업사냥꾼들이 그림 투자에 눈을 돌렸다. 헨리 R 크래비스,사울 P 스타인버그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왕년의 스타들 못지 않게 미술품 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젊은 큰손들이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SAC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스티븐 A 코헨(48)은 얼마 전 모네의 '수련'과 마네의 '팔레트를 든 마네'를 각각 2천만달러에 매입했고,잭슨 폴락의 '8번,1950'을 5천2백만달러에 샀다. 코헨이 최근 5년간 고가 미술품 투자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3억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3천억원을 쓴 셈인데,그것이 가능한 것은 코헨이 2003년 한해에만 집에 가져간 돈이 무려 3억5천만달러(3천5백억원 상당)에 달하기 때문이다. 코헨은 지난해에는 그보다 더 번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정말 큰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누군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코헨만이 아니다. 시카고에서 80억달러 규모의 시타델 투자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케네스 그리핀(36)도 얼마 전 세잔의 정물 한점을 6천만달러에 샀다. 골드만삭스 파트너였던 에릭 민디히(36)나 앤도 캐피털을 운영하는 대니얼 벤튼 같은 젊은 펀드매니저들도 고가 그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