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제회생 이끈다] "中企.家計 힘내세요 銀行이 있잖아요~"


#장면 1


대출금 3천만원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몰렸던 직장인 김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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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우리은행의 "가계여신 프리 워크아웃(사전채무재조정)"제도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씨가 일정 소득이 있는데다 이자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은행이 감안,대출 만기를 1년간 연장해 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월중 4백42건,1백70억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의 잠재부실 여신을 이같은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정상여신으로 유도했다.



#장면 2
벤처기업 A사는 올해초 기사회생했다.


기술개발을 마치고 제품생산에 나설 무렵 자금이 바닥나 회사 문을 닫을 판이었다.


A사는 "산업은행이 유망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산업은행 지점으로 달려갔다.
은행의 심사가 진행된이후 A사는 대출 확정 통보를 받았으며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기업만 취급하는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2천5백억원을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며 이와 별도로 1조2천5백억원을 벤처기업 대출에 사용할 예정이다.



#장면 3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헌혈증서 덕분에 예금 이자를 더 받을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헌혈을 한 고객들에게 보너스 금리를 얹어주는 "사랑의 헌혈예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신한 조흥은행의 기존예금 상품인 "파워맞춤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대한적십자사가 발급한 헌혈증서를 제출하거나 만기가 되기 전에 헌혈증서를 내면 최저 기본금리에다 0.5~0.8%포인트의 금리가 추가된다.


파워맞춤 예금 금리가 현재 연3.4%인 점을 감안하면 헌혈자는 헌혈횟수등에 따라 연3.9~4.2%의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들 사이에 "공익(公益) 마케팅"이 활발하다.


예대마진 확대,수수료 수익 창출등과 같은 일상적인 영업외에도 어려운 기업이나 개인들의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섬으로써 은행의 "공적기능"을 강조하는 마케팅 방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중은행들까지 경쟁적으로 공익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은행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이익을 기록하자 정부 시민단체 고객 사이에서는 "은행이 공적 기능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수익만 추구한다""은행들이 기업을 등쳐먹고 있다"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대전(大戰)"에 돌입해 리딩뱅크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은행들은 더 이상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자칫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권이 수익성에만 너무 치중한 게 사실"이라면서 "지속적인 고객확보와 수익의 사회환원 측면에 앞으로 다소간의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공적기능을 가미한 영업을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은 중소기업 육성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2백억원을 기부키로 해 관심을 모았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 매각차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및 가계 지원대책


올들어 백화점 매출등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내수경기의 장기 침체 여파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고객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계및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및 가계 지원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은행들이 잠재적인 부실우려가 있는 대출에 대해 모두 부실로 처리할 경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만기연장,재약정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프리 워크아웃 제도"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기존의 거래 은행에서 신규차입 또는 만기연장이 곤란해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 가운데 유망기업을 선별,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개인고개들에게 연체이자를 유예해 분할 납부하도록 해 신용불량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적기능을 가미한 영업


금융회사의 공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틈새상품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신한.조흥은행이 "헌혈예금"을 내놓은데 이어 기업은행은 지난달말 아이를 많이 낳을 수록 금리를 더 얹어주는 "탄생기쁨 통장"을 선보였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은행이 앞장서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상품인 셈이다.


이 상품은 가입후 출산 자녀 첫째면 0.1%,둘째는 0.2%,셋째이상의 경우 0.3~1%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또 출산자녀에게는 1천4원(천사)을 무료 입금해 생애 첫 통장이 될 천사통장을 발급해준다.


우리은행은 출산장려를 위해 자녀가 2명이상인 고객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0.1%포인트의 대출이자를 감면해주는 상품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농협은 "농촌사랑 예금"과 "농촌사랑 카드"를 최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예금과 카드를 사용할 경우 농협은 예금가입액과 카드이용액의 0.1%를 출연,농촌지원 기금으로 활용한다.


국민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부금 모금 전용상품인 "KB 사랑나눔 통장"을 판매중이다.



사회공헌 활동 장려


은행들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불우이웃돕기,사회복지시설 지원등과 같은 은행차원의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각 본부팀및 영업점의 경영평가에서 영업점별 사회공헌도를 따라 가산점을 주는 "사회공헌활동 평가 가점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평가점수는 본부부서의 경우 1백점 만점 기준에 최대 1점을,영업점은 1천점 만점 기준에 최대 5점까지 주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점 차이로 승진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제도시행으로 임직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공익신탁" 상품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금 4억원을 지난해 12월 산간벽지학교와 사회복지단체에 전달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농촌사랑 1사1촌 운동"을 전개하면서 농산물 구매운동등을 펼쳐 마을 주민과 고객,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