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 자금회수 '심하네' ‥ 동서산업·벽산건설 파격 유상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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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회사 등이 대주주로 있는 동서산업과 벽산건설이 지난해 순이익을 뛰어넘는 파격적 유상소각을 잇따라 추진,대주주의 무리한 자금회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서산업은 8일 최대주주인 UTC구조조정2호조합과 특수관계인들의 요청에 따라 오는 5월21일을 기준일로 발행주식의 78.2%에 해당하는 9백15만주를 주당 1만1천5백원에 유상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서산업은 유상소각 대금으로 모두 1천52억원을 쏟아붓게 됐다.
이는 이 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약 19억원)의 53배에 달한다.
특히 이번 유상소각 대금의 79%에 달하는 8백26억원은 UTC구조조정2호조합 등 최대주주측에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UTC구조조정2호조합 등의 보유지분은 59.27%(7백18만주)지만 회사측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7.07%(2백6만주)는 이번 유상소각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UTC구조조정2호조합 등은 작년 6월 동서산업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때 주당 1만6천원에 지분투자,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약 1년만에 투자원금의 72%를 회수하게 됐다.
UTC구조조정2호조합 등은 특히 유상소각 뒤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어 추가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서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내유보금이 1천6백억원에 달하는 데다 투자 대상도 마땅치 않아 유상소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자금유출 규모가 너무 큰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KTB네트워크(29.73%)가 2대주주인 벽산건설도 지난해 순이익(4백26억원)보다 많은 4백84억원 규모의 자사주 유상소각을 결정했다.
KTB네트워크도 이 유상소각에 참여해 회사측에 주식을 팔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는 작년 4월 주당 3천원대 중반에 벽산건설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 주당 5천원에 지분을 팔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나친 자금회수는 기업의 투자여력을 갉아먹는 등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