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바람직한 한·일 경제협력 방향

요즘들어 독도 영토분쟁,역사교과서 왜곡사건 등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한·일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됨에 따라 양국간의 경제협력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될 것으로 보이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당면한 쌍무적인 갈등보다는 한·일 경제관계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양국의 위상변화를 우선적으로 감안한 관계설정이 돼야 한다. 해가 갈수록 중국의 부상이 빨라지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중국이 부상하면 할수록 한편으로는 동북아지역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일본과 중국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 속한 국가간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온 동북아지역의 협력문제는 크게 보면 두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논의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진전돼온 통화스와프 체결,공동채권시장과 신용평가기관 설립,단일통화 도입 등의 금융협력 방안이다. 무엇보다 동북아 지역의 협력논의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9%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높아진 경제력과 위상을 바탕으로 인접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팍스 시니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란 한마디로 '중국에 의한·중국을 위한·중국 중심의 질서'로 중화주의를 말한다. 실제로 중국을 재결합하는 작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홍콩간의 중화경제권은 이미 태동됐다. 지난해말 중국이 동남아 10개국과의 FTA를 동시 다발적으로 맺은 것을 계기로 화인자본을 매개로 한 화교경제권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07년이 되면 중국은 유럽연합(EU)을 앞서고,오는 2020년이 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중국과 일본간의 마찰을 표면화시키고 있다. 당초 예상됐던 대로 중국의 팍스 시니카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일본과 중국간의 갈등도 아시아 경제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2000년 이후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미국과 일본,중국간의 중간자적 위치에 놓여 있다.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우리와 일본간의 경제협력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재 한·일간에 놓여 있는 통상현안과 투자협정 추진,FTA 체결 등의 협력과제 및 현안인 무역불균형 해소문제는 독도영토 분쟁,역사교과서 왜곡 등에 따른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 대항하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우리나라가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동북아 협력시대를 열어 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