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에 덧칠한 인종과 문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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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작가인 바이런 킴(45)의 그림은 전형적인 모노크롬(단색화) 추상회화다.
기존의 모노크롬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품과 관련된 설명이 그림 옆에 곁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킴은 1986년 '스코히건 회화 및 조각학교'에서 작가로 전환한 한국계 작가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에 출품돼 주목받았던 그의 대표작 '제유법(提喩法)'은 주변 지인들의 다양한 피부색을 3백94개 패널에 그린 대형 설치작이다.
'피부 그림'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피부 색깔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인종과 문화적 편견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모노크롬 추상회화의 전통을 인종에 대한 논의와 연결시켰지만 이런 설명을 모른 채 보면 영락없는 벽면 타일이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전시된 30여점의 작품들은 온통 단색조다.
최근작인 '일요일 그림' 시리즈는 하늘을 관찰한 느낌을 작은 캔버스에 담고 일기를 몇 줄 써놓았다.
'맑음.녹은 눈이 그림에 튐.매주 일요일?'.2001년 1월 초에 쓴 일기처럼 작가의 개인적인 일상과 인종·문화·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들(에멧트)의 손등,눈 흰자위와 같은 25가지 신체 부위에서 찾아낸 색깔들을 작은 패널에 묘사한 '열두 달 된 에멧트',어머니의 피부색을 묘사한 '엄마 Ⅱ' 등은 사실성과 더불어 매우 감각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5월8일까지.관람료 일반 3천원,초·중·고교생 2천원.(02)2259-77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