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직장 동료에 간 떼어준 김종옥씨


"목숨이 달렸다는데 이것저것 가릴 게 있나요.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내의 직장 동료를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해준 미담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동부아남반도체 상우공장 인근에서 제빵점을 하는 김종옥씨(29).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고 오랜 친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 조정숙씨(29)와 하이닉스 동부아남반도체에서 9년째 함께 일해 온 동료가 간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몇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딱한 얘기에 수술대를 자원한 것.


김종옥씨의 결단으로 생명을 얻은 사람은 동부아남반도체 충북 음성 상우공장 제품기술 2팀에 근무하는 김정호 대리(35). 김씨는 지난해 말 급성 간경화 진단을 받고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간이식 밖에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종옥씨는 아내 직장생활의 오랜 길잡이이자 절친한 동료인 김 대리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주기로 결심했다. "평소 형님-아우하며 지내던 분이라 전혀 주저하지 않았어요."
지난달 21일 이뤄졌던 수술은 무려 18시간에 이르는 대수술. 김종옥씨 간의 60%를 떼어내 대부분의 간을 잘라낸 김 대리에게 이식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술 대기실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가슴을 졸이던 아내 조씨는 "남편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 동료들도 모금 운동을 벌여 8천만원을 거뒀고 62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아산병원에서 회복치료를 받고 있는 김 대리는 지난 11일 문병을 온 김종옥씨에게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고마운 분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퇴원할 때 장기기증 서약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생크림케이크를 가장 자신있게 만든다는 김종옥씨 역시 "김 대리님이 퇴원하는 날 3단 케이크를 만들어 축하파티를 열어줄 생각"이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글=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