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IT코리아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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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부터 해마다 '세빗(CeBIT)'전시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때는 초가집 수준이었죠.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 2005'가 열린 독일 하노버.지난 11일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7백만화소 카메라폰에 각국 언론이 큰 관심을 보였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부스는 지난해보다 더 커져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 노키아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 사장은 "이제 삼성전자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정보기술(IT)국력이 솟구치는 느낌이 든다"는 말도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도 지난해보다 부스 규모를 늘렸다.
작년까지 주변 전시관을 전전했던 팬택은 이번 전시회에서 메인 전시관인 26홀에 입성했다.
메인 전시관의 절반 정도를 지멘스와 T-모바일 등 개최국인 독일 기업들이 차지한 상황에서 나머지 가운데 절반가량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한국 '휴대폰 빅3'가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의 IT 국력은 질적인 면에서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지식재산권 확보,국제 표준과 규격의 주도권 장악,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 강화,대기업과 중소 IT기업의 상생(相生) 등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사장은 "국제사회에서 남과 어울려 표준을 따라가면서 부가가치를 얻기 위해 통신 칩을 만들 수 있는 데도 안 만든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그렇듯 국내에서도 중소 IT기업들과 상생관계를 모색하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면 어떨까.
한국의 몇몇 기업들이 세계 IT업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지금도 소프트웨어 업체 등은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하노버(독일)=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