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특강] "한국인 입맛에 맞는 전통음료 만들어 콜라처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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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호 -- [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 ]
"음료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인데다 선두업체들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신규업체들의 진입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잠재 수요는 있으나 상품은 나와있지 않은 틈새영역(unmet needs)만 잘 개척하면 후발업체에도 승산이 있습니다."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웅진식품의 마케팅 성공사례를 주제로 한 "아무도 하지않으면 내가 한다"는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의 요약.
아무리 성숙한 시장에도 "니치마켓"은 있다=흔히 음료부문의 후발업체들은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단 기존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칠성 해태음료 코카콜라 등 "빅3"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유통망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상품을 선택할 확율이 높다.
상품의 수명이 짧아 끊임없이 신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것도 후발업체에는 부담이다.
대기업의 경우 신상품이 큰 히트를 못쳐도 유통망과 브랜드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지만 후발업체의 신상품은 이들에 가려 시장에서 빛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음료가 후발업체에는 불리한 영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니치마켓"만 제대로 개발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지난95년 매출 70억원 규모였던 웅진식품이 2000년 매출 2천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통음료"라는 니치마켓을 개척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잦은 신상품 개발로 제품수명이 짧다는 것은 제대로된 제품을 못 내놨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코카콜라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콜라 한 품목이 1백년째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나폴레옹에 의해 "캔"이라는 용기가 개발된 후 서구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료를 캔에 담아 팔아왔다.
이것이 음료의 역사이다.
서구의 음식이 기름지기 때문에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는 콜라나 커피가 많았고 이 두 종류의 음료가 현재 세계 음료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입맛은 서구인과 다르다.
음식이 맵고 짜기 때문에 매운 기운을 제거하고 입냄새도 없애주는 음료가 더 잘 맞다.
하지만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음료들의 대부분은 서구의 음료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한국의 음료시장 규모가 한국의 인구나 소득수준에 비해 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웅진식품은 한국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음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다 곡물음료를 고안해 냈다.
식사후 먹는 숭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쌀을 주원료로 음료를 만든 후 이를 보다 많은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튜닝"한 것이 99년 출시된 "아침햇살"이다.
이 음료는 기존의 탄산음료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한국적인 음료에 대해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이때 확인했다.
제품을 개발한 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된 음료들이 서구 기업들이 만든 음료보다 아시아인들에게 더 잘 맞기 때문이다.
현재 웅진식품은 한글을 영문화한 "HETSAL"(햇살)이란 글로벌 브랜드로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의 전통음료를 2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전통음료가 수출과 내수 "두마리 토끼" 잡는다=국내 음료 기업들은 중국을 타깃으로한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중국의 인구는 13억명으로 우리의 25배에 달한다.
국내 음료시장의 규모가 3조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중국의 잠재시장은 75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진출시 필요한 것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순수한 우리 상품이다.
전통음료가 대안이 될 것이다.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주고 원액을 수입해온 기업은 해외에 내다 팔 게 없다.
당장 돈이 안된다 해도 순수한 우리 브랜드 전통음료를 많이 개발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수시장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1인당 연간 음료 소비액이 33만6천원에 달한다.
6만원 선인 우리의 6배이다.
물가가 일본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고려해도 시장규모 차이가 크다.
국내 음료시장이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의 전통음료가 전체 음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반면 우리는 전통음료의 비중이 8%에 불구하다.
우리 음료시장이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늘어나는 시장은 전통음료로 채워질 것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