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로마법과 국제회계‥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지금은 해외진출기업의 현지화 전략에나 통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기원전 5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로마법은 인간 행위에 대한 보편타당한 원칙을 기초로 삼았기 때문에 5세기께 유럽 전체의 법이 됐다.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기업의 국적(國籍)이 점점 의미를 잃어감에 따라 국가간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재의 회계기준도 마찬가지다. 1973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설립으로 제정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유럽연합(EU) 25개국을 비롯해 90여개 국가에서는 이미 국제회계기준을 자국의 회계기준으로 이미 전면 수용했거나 수용할 예정이다. 회계선진국인 호주도 국가 회계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올부터 자국의 회계기준을 포기하고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국제회계기준은 21세기의 로마법인 셈이다. 최근 해외상장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이나 미국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기업의 주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냐 개별재무제표냐의 문제,대손충당금 설정방법 차이 등 아직 국제회계기준과 한국회계기준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외국투자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문의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회계기준의 신뢰도를 높이기는 어려우며,또 한국 회계기준에 근거한 회계감독이 아무리 철저하다고 해도 국가 회계투명성을 높여 소위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대폭 줄이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많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에서 활발히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시대다. 따라서 우리도 한국회계기준을 고집하는 대신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수용하거나 적어도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한다면 국가간 회계정보유용성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국가 회계투명성이 크게 제고될 뿐 아니라,해외증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회계에 들이는 비용과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한국 기업의 국제 자본시장 진출을 자연스레 지원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이래 FIFA의 축구 경기규칙을 국제경기뿐 아니라 국내 경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왔다.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만의 규칙으로 동네축구를 해왔다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