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보이스] 부동산투기와 중소기업 CEO

김창로 2,3월에는 새해업무와 관련한 시책설명회가 많은 때다. 필자는 대구경북지역의 중소기업 지원서비스를 담당하는 관계로 요즘 업계를 방문해 중소기업시책을 설명하는 횟수가 잦다. 만나는 최고경영자(CEO)들 중에 간혹 "너무 어려워서 회사를 정리하고 싶다. 서울의 재건축아파트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머리 아프지 않게 지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분들에게는 "기업인이 애국자입니다. 중소기업이 우리경제의 근간입니다"라고 격려의 말씀을 드리곤 한다. 날로 혹독해지는 기업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열심히,더러는 몸부림치는 그들을 보며 숙연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 생명력있는 기업을 살리고 키워내려고 애쓰는 중소기업 CEO들의 고충을 보노라면 겸허한 마음이 들곤한다. 특히 재래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울적해질 때가 있다. 이곳 대구경북지역은 섬유산업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어서 지역의 경제활력이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말로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사업을 접고 부동산에 돈을 묻고 편안한 삶을 산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경제는 어찌될까? 지난해 IMD연구소에서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6위에 머물러 우리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 많이 쇠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가들이 사업을 접고 불로소득 투기판에 뛰어들고자 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다면 우리경제의 장래는 없을 것이다. 생산,고용,성장 모두가 활력을 잃고 눈 앞의 투기놀음만이 성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강력한 부동산안정화 대책이 추진되고 관련법과 제도의 틀도 마련되는 등 조용했던 부동산 시장이 연초 들어 판교,초고층 재건축아파트,건설경기 회복 필요성 등의 명분(?)을 등에 업고 반짝 기세를 올렸던 해프닝이 있었다. 다행히 관계당국의 대응조치로 지금은 잠잠해진 모습이지만 언제 다시 불 붙을지 모르는 불안한 모습이다.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고 그곳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든지,콘크리트 덩어리의 수억짜리 아파트가 일(日) 단위로 급·등락 한다든지,부동산 경기안정이 마치 전반적인 경기둔화의 주범인양 호도한다든지 하는 등의 서글픈 현상과 애매한 이유들은 기업가의 의욕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뿐이다. 적어도 국가는 성실히 일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이러한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