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외이사는 '거수기'?

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투명성 확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작년 사외이사 활동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곳은 국민은행 한 곳뿐이었다. 지난해 회계규정 위반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와 행장 교체 등을 겪었던 국민은행은 17차례 이사회에서 45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 제재조치에 관한 처리안건에 1명,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규정 개정안에 2명의 사외이사가 각각 반대했다. 우리금융(17차례 이사회,31개 안건) 신한금융지주(11차례 이사회,25개 안건) 하나은행(11차례 이사회,30개 안건)은 수십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가 한명도 없었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도 작년 13차례 이사회에서 41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LG카드 공동관리 방안에 대해 사외이사 3명이 반대의견을 내긴 했지만 표결에선 반대하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견이 있어도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므로 최종 의견을 수렴할 때는 대부분 찬성하는 것"이라며 "찬성한다고 해서 거수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