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人大 이후의 중국] (下)경제운용 변화‥ GDP숭배서 질적성장으로

중국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3차 회의 이후 중국 경제의 변화를 읽는 키워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과학적 발전관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한 중국 공산당의 지도 사상을 새롭게 발전시킨 것"이라며 "개혁 개방과 현대화 건설의 전면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지난해 정부 업무보고 때도 과학적 발전관을 거론했다. 하지만 올해 그 횟수가 부쩍 늘었다. 덩샤오핑의 성장위주 발전관이 '질과 효율 그리고 인간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과학적 발전관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발전관의 구현은 성장방식 변화로 나타난다. 그 변화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순환경제(recycle economy) 발전,조화 사회 건설,창조 대국 건설이 그것이다. 위충 칭다오시 부시장은 "과거 GDP(국내총생산) 숭배 대신에 경제성장의 품질을 따지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포스트 GDP'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순환 경제 발전=전력난 자원부족 환경파괴 등 고성장 후유증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순환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중국은 철강 비철금속 석유화학 건자재 방직 등 8개 업종의 1개 제품당 평균 에너지 소모량이 세계 평균보다 40% 높다. 중국의 GDP 규모는 세계 경제의 4%에 불과하지만 철강 철광석 석탄 시멘트 등의 소모량은 전 세계 소비의 27∼40%를 차지한다. '자원 다소비형 경제체제' 탓이다. 특히 단위 GDP당 SO2(아황산가스) 배출량은 일본의 68.7배,미국의 6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속 발전을 위해 자원 채취에서부터 생산 소모 폐기물 이용에 이르기까지 순환이용을 촉진키로 했다. 올해 처음으로 베이징 톈진 랴오닝 등 10개 성과 시에 녹색 GDP를 시범 적용키로 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조화사회 건설=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以人爲本(이인위본·인본주의)'을 근간으로 조화사회 건설을 강조한 것이다. 원 총리는 "수입분배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개인소득세를 개선해 분배 조절 강도를 높이고 분배관계를 바로잡아 현격한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해 사회의 공평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 비해 분배를 부쩍 강조한 것이다. 빈부격차 확대가 공산당 장기집권을 해칠 사회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농간 소득격차는 1980년대 중반의 1.8 대 1에서 2003년 3.2 대 1로 확대됐으며,농촌 인프라 시설이 열악한 걸 감안하면 실제 격차는 6 대 1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전과 광저우의 근로자 월 수입은 20년간 68위안(약 8천5백원) 오르는 데 그쳤고,이는 민공황(농촌 출신 노동자 부족)이라는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제조에서 창조대국으로=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혁신'이 14차례 등장했다. 특히 기술 혁신이 눈길을 끈다. 원 총리는 이를 위해 올해 국가과학기술발전 중장기전망계획을 수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요즘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독자적인 브랜드와 기술이 없어 다국적기업의 특허침해 소송 함정에 빠지고 있다"며 "창조 대국으로의 변신"을 강조하고 있다. "4류기업은 노동력을,3류기업은 제품을,2류기업은 기술을,일류기업은 권리를,초일류기업은 표준을 판다"(가전 부품업체 안차이그룹 리류언 회장)에서 중국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독자표준을 늘려나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