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부총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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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한덕수 신임 경제부총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의 성공 여부에 우리 경제의 승패의 상당부분이 걸려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부총리의 역할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부총리 한 사람의 역량에 한국경제가 좌우되기에는 질적으로 너무 변화됐고 양적으로도 커졌다. 민간부문의 확대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변화를 감안,부총리 역할 축소의 불가피성도 거론된다.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정책조정 기능의 다원화로 부총리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있어서 경제부총리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최근 한 언론의 경제전문기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 경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였다.
그 개인의 경력이나 역량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아직도 한국 경제에 있어서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금번 부총리의 임명을 전후해서 우리 사회가 임명과정과 결과에 대해 보인 비상한 관심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임 부총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시장의 신뢰 유지를 통한 경제의 활성화로 집약된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한다고 하면서 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목표로 설정하고 금융 재정 등 자원배분 구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시장개입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달성하려는 식의 경제운영방식에 혹시라도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경제 활성화는 경제의 구조적 개선과 경제운영 방향과 시장에 대한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초래하는 결과일 뿐이라는 데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경제부총리가 과연 어떤 종류의 일에 집중해야 하며 또 그런 일을 하기에 적절한 기능과 권한이 그 직책에 주어져 있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대내적으로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를 비롯한 각 부문에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우리경제의 세계경제와의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다. '경쟁적 시장''수요자 중심의 사고''개찰구 없는 국제화'의 세 요소가 경제구조에 뿌리깊게 자리 잡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경쟁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경제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가기 위해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는 전 정부의 경제행정 기능을 이 방향으로 집결시키고 구체적 정책현안들이 이 방향에 맞게 조정돼 가도록 하는 틀을 만들고 유지해가는 일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호 표리의 관계에 있는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 그리고 대외경제 조정기능이 부총리의 핵심적 기능으로 부각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른 기능에 가려 이런 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부총리나 재정경제부 스스로의 인식도 충분하지 못하고 정부조직 구조 등에서 나타나는 정부 차원의 인식이나 뒷받침도 매우 취약하고 불분명하다.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라는 큰 숲을 가꾸어가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경제의 단기적인 흐름이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 또는 산업 등 개별 현안에서도 일단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 해결에 역량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럴 의지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부총리의 성공 여부는 우리 경제 경쟁력의 근원적 향상 여부로 가늠돼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금과 같은 정책 환경에서 지금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가진 경제부총리에게 묻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러려면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정부의 경제행정 조직 전반, 특히 경제정책 조정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