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어머니' 유 루시아 수녀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노숙자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유 루시아 수녀(75)가 보령제약(회장 김승호)이 제정한 보령의료봉사상 제2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케냐의 어머니'란 별명을 지닌 유 루시아 수녀는 지난 68년부터 20년 동안 케냐의 오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90년대들어서는 중국에서 7년 동안 의료봉사와 현지의 젊은 동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평생을 어려운 사람 돕기에 헌신했다. 현재는 서울 영등포의 행려병자ㆍ극빈자 치료시설인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유루시아 수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부산 일신기독병원에서의 인턴 시절 헬렌 맥킨지 박사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호주 선교사의 딸로 부산에 일신기독병원을 차려 한국전쟁 전후의 힘들었던 한국 여성들을 극진히 돌봐준 헬렌 맥킨지 박사를 보며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기로 결심했던 것. 그는 그 후 산부인과 레지던트 수련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때 케냐 정부와 독일주교회에서 돈을 모아 케냐에 병원을 짓는데 의사 한 명과 간호사 세 명을 찾는다는 메리놀수녀회의 편지를 받고 선뜻 케냐 의료봉사 활동을 지원했다. 그렇게 케냐로 떠난 길은 20년 간 계속됐고,'케냐의 어머니'는 그의 대표적인 수식어가 되었다. 케냐에서의 생활과 관련해 그는 "대부분이 영양실조 폐병 설사병 나병 등 이른바 후진국 병이었어. 한국전쟁을 지낸 사람들은 내 말을 알거야. 소아의 사망률이 50%거든. 1백명을 낳으면 5년 후엔 50명만 살아있는 거지"라며 생각보다 더 참담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 3백명의 환자들을 돌봐야 했고,수술이 있는 화ㆍ목요일에는 하루 종일 수술방에 있기를 수차례. 전기도 없고,물도 없고,먹을거리도 넉넉지 않은 그곳에서 20년 동안 유 루시아 수녀는 사막이나 케냐의 오지만을 돌며 사람들을 치료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20년 동안의 케냐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유 수녀는 메리놀수녀회의 규율에 따라 곧이어 3년 동안 미국으로 선교 교육을 떠났고,그후 한국에 들어와 서울 영등포의 요셉의원에서 3년반 동안 노숙자,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을 돌봤다. 이후 96년에는 중국 선교 개척지에 자원에 7년 간 의료 봉사와 중국동포 젊은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중국에서 돌아온 현재는 다시 요셉의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요셉의원은 지난 87년 8월 문을 열었으며 순수하게 노숙자,알코올 의존증 환자,외국인 근로자들의 무료진료를 해주고 있는 곳이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 호주에 있는 내 은인 헬렌 맥킨지 박사를 만나는 것이야. 아흔 살이 넘었을텐데,살아계시는 동안 한번 찾아가서 내 인생을 바꾼 그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2004년 6월 발간된 자서전 '케냐의 어머니 유 루시아 수녀'는 미국에 본부를 둔 메리놀 수녀원에서 수녀 지원자들의 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으며,이 책의 판매수익금은 전액 요셉의원 운영기금으로 전달되고 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국내외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술과 사랑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인술 구현에 헌신한 의사 와 단체를 발굴, 참 의료인상을 기리기 위해 지난 85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6시30분 웨스틴조선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