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환경 꼬인다 꼬여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넘게 강세로 치달았던 증시가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미국 금리 인상설,중국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설 등 겹친 악재들로 완연한 조정 양상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동안 주가 급등을 뒷받침했던 적립식 펀드등 증시자금 유입이 주춤해지는 등 수급과 재료측면에서도 주의를 필요로 하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1.32%(13.08포인트) 급락한 980.05에 마감,사흘 연속 1,000 고지 탈환에 실패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올 1분기 실적의 윤곽이 나오는 내달 중순까지는 증시가 횡보 내지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관망하는 자세를 권하고 있다. ◆부각되는 악재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이번 강세장은 '악재를 무시한 랠리'였다. 주가는 원·달러 환율이 작년 8월(1천1백50원대) 대비 13% 넘게 떨어지고,국제유가(WTI 기준)도 배럴당 56달러까지 치솟는 와중에도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지금의 악재들은 최근 불거졌을 뿐,이미 존재해왔던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작년 8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조치로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서 막대한 '돈의 힘'에 가려졌을 뿐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유가 급등,원·달러 환율 하락 등 오래된 악재들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투자자금의 이탈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역시 예상에 못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꼬여버린 수급 악재들이 부각되면서 수급 사정도 매도 우위로 기우는 분위기다. 기관 등 국내 매수세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외국인이 이날까지 11일 연속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를 중심으로 1조원 이상 매도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승한 CJ투자증권 차장은 "3월 결산을 앞둔 증권 보험 등이 이달에만 2천4백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들어 관망 내지는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5천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의 매물을 받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들어 급증했던 적립식펀드 신규 가입자 증가세도 이달 들어 둔화되는 조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2월 초순까지 한 주에 3만5천계좌씩 증가했던 적립식펀드 신규 가입자는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던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한 주당 2만8천계좌로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도 2월 한 달간 8천8백계좌에 달했던 신규 가입자가 이달에는 11일 현재 2천3백계좌로 다소 주춤해지는 추세다. 이처럼 수급이 꼬이다 보니 프로그램 매매가 확대되면서 증시를 쥐락펴락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4월 중순까지는 관망세 우세할 듯 이같은 증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투자전략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김 차장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보면서 중기적으로는 올 1분기 실적의 윤곽이 나오는 내달 중순까지는 적극적인 주식 매수를 자제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부각되고 있는 악재는 아직 현실화된 게 아니라 단순히 우려에 불과한 측면이 강하다"며 "주가가 급락하면 실적 호전주 등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