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행보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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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들어오는데 왜 주식을 파는 걸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12일 연속 순매도로 모두 1조2천억원을 팔아치우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관련 해외펀드에 최근 8주째 자금유입이 이어지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어서 매도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매물공세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 이머징마켓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국제자금(글로벌 유동성)의 이탈조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2일 열리는 미국 FOMC(공개시장위원회)의 회의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유동성 이탈로 보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관련펀드 자금유입 지속
외국인은 8주 연속 한국관련펀드(GEM,아시아 엑스재팬,인터내셔널,퍼시픽 등 4개 펀드)에 투자자금을 집어넣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이후에는 6주 연속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또 지난주(3∼9일)에는 18억4백만달러가 들어와 2002년 5월 이후 약 3년만의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번주(10∼16일) 유입규모는 12억3천8백만달러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이중에서 한국증시로 유입된 자금규모도 매주 1억 달러 안팎에 달하고 있다.
걱정거리라면 지난주 유입액이 8천2백만달러로,한주전의 44%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때마침 외국인은 대규모 매수를 지속하던 대만시장에서 지난 10일부터 매도우위로 돌아섰고,필리핀 인도 태국 등에서도 동시에 매도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따라 이머징마켓의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대두되고 있다.
금리가 낮은 달러화를 빌려서 해외자산에 투자한 이른바 '달러 캐리트레이더(Dollar Carry Trader)'들이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자금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달러가 절상되면 투자자금을 회수한 뒤 달러로 되갚을 때 불리하기 때문에 서둘러 해외자산을 처분하고 있으며,이같은 움직임이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위축 우려는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달러 캐리 트레이더 자금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유동성축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펀드유입 자금의 90% 이상은 미국의 평범한 투자자들이 아시아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간접투자기관에 맡긴 돈이며,캐리 트레이드가 가능한 헤지펀드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일부 자금의 미국 회귀를 유발하더라도 대세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물론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동이 가속화되면 간접투자기관의 자금유출도 뒤따르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급격한 자금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FOMC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져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적다는 관측이 많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장창수 선임연구원은 "금리인상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고 대규모 환차익까지 올린 외국인들이 내달까지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겠지만 국내투자자들이 매물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경우 자금여력이 풍부해진 외국인이 재매수에 나선다면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