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금강화섬 공장 인수한 경한인더스트리 "낙찰 취소해달라" 소송

법원 경매를 통해 파산기업을 인수한 한 회사가 파산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버티다 못해 법원에 낙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법원 경매에서 파산기업 금강화섬을 인수한 경한인더스트리의 이상연 사장은 "노조 탓에 당초 계획대로 공장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최근 대구지방법원에 낙찰허락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항고를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경한인더스트리는 1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던 금강화섬 구미공장을 인수,종합물류창고 등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 했으나 각종 요구를 내세운 노조의 물리적 투쟁으로 회사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강화섬은 지난해 3월 화섬경기 부진과 채산성 악화 등으로 조업을 중단하고 파산한 폴리에스터업계 4∼5위의 업체.이 회사 노조는 조업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장재가동을 요구하며 투쟁을 계속해 왔다. 경한인더스트리가 공장을 인수한 지난달부터는 모기업인 경한정밀의 창원공장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 왔다. 경한은 노조에 종합물류시설을 개발하는 대신 15개 생산라인 중 11개 라인은 매각하되 4개라인을 재가동하고,조합원 40명을 재고용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통보했다. 그러나 노조는 "1년간의 투쟁을 수포로 돌릴 수 없다"며 고용 완전승계와 공장재가동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회사측은 "채산성이 떨어져 파산에까지 이른 공장을 다시 돌릴 수는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경한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또 다른 인수희망업체인 윈스타에 공장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경한측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윈스타가 공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노조 활동을 중단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자 노조가 불가 방침을 통보하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 사장은 "물리적인 투쟁을 계속하는 노조를 보니 한 기업을 함께 꾸려나갈 파트너라는 생각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며 "이렇게 강성 노조가 아직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백문기 금강화섬 노조위원장은 "연간 매출액 1천5백억원의 금강화섬이 가동을 계속 중단하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용승계와 공장재가동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