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꼬여가는 한일관계

일본 후쿠오카현을 중심으로 20일 지진이 발생,1명이 숨지고 4백여명이 다쳤다. 한국 남부지방에서도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지진이었다. 한국 인터넷에는 21일 오전까지 지진관련 네티즌의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지진 발생에 대해 '고소해(?)'하는 반응의 글이 주류였다. 네티즌이 한국인을 대표하긴 어렵겠지만 상당수 국민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난해 가을 니가타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위로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류 주인공인 배용준 최지우씨는 거액을 성금으로 내놔 일본 언론에서 미담 기사로 취급되기도 했다. 전례없이 우호적이던 한·일관계가 우정의 해인 올해 예상치 못한 독도 문제로 꼬여가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으로 고조된 긴장 국면이 쉽게 해소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달 5일 역사 교과서에 대한 일본 문부성의 검정 결과까지 나오게 돼 이래저래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두 나라간 앙금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미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양국 정상회담에서 금년말 타결을 선언했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은 5개월째 실무 접촉마저 끊긴 채 표류하고 있다. 일본이 국력을 쏟아부어 25일 개막하는 아이치 국제박람회도 영향을 받고 있다. 주최측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현 상태라면 목표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아시아 주변국 협조 없이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주변국과의 분란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뜻 있는 식자층이 제목소리를 내 최근 영향력을 키워가는 극우 세력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주길 기대해 본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